최근 국내・외의 많은 북한 연구기관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이미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길어야 10년 안에 김정일의 인민공화국은 소멸되고 한반도에는 새로운 판도가 구축될 것’이라는 이른바 ‘북한 붕괴론’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대학과 대학원의 북한학과에서는 요근래 북한의 조기 붕괴에 대비해 새로운 과목을 신설하는 문제를 서두르고 있다고들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도 최근 들어 북한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반도정책을 본격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북한체제가 무너질 날이 아무래도 멀지않은 모양이다. 이런 상황은 결코 보통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소멸된다’는 것은 우리에겐 언뜻 현실감 있게 와 닿지 않는, 대단히 생소한 얘기처럼 들린다. 설마 그럴 리야..... 그러나 역사의 시계바늘은 ‘북한 소멸의 날’을 향해 어김없이 재깍재깍 다가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 시계바늘을 멈추게 하거나 뒤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 마당에, 그렇게 되면 김정일과 그의 핵심 추종자들은 어떻게 되고 북한 핵은 어떻게 될 것이며 개성공단은 어찌 될지를 궁금해 할 일이 아니다. 당장 2천3백만 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먹이고 입히고, 그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를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을 접수하고자 하는 야심을 숨기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걱정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사유재산이란 것이 아예 없다. 가진 거라고는 달랑 밥그릇 몇 개와 숟가락 몇 벌, 입은 옷과 초라하기 짝이 없는 생활가구 몇 점이 전부다. 2천3백만 명이 다 그런 형편이다. 북한체제가 사유재산을 허용하지 않는 공산주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라가 무너지면 당장 발가벗은 적신(赤身)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우리 정부가 하루아침에 몽땅 떠맡아야 한다.

우리 정부의 재정이란 게 뭔가? 기업들이 낸 피 같은 세금이다. 지금도 국가재정이 간들간들하는 판인데 2천3백만 명이나 되는 북한주민을 졸지에 떠안게 되면 당장 기업들로부터 최소한 지금의 대여섯 배가 넘는 세금을 더 짜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도산하는 기업이 줄을 이을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은 그야말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대한민국’까지 몰락할 수 있다. 통일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당장 국제공조를 비롯한 철저한 준비가 화급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거덜이 난, 지구상에서 가장 처참한 최빈국이다. 산업이라곤 거의 무인지경이고, 전력이 거의 원시상태여서 북한 전 지역은 밤만 되면 칠흑세상이 된다. 북한주민들은 에어컨이란 게 뭐하는 물건인지 모른다. 먹을거리가 없어 굶어죽는 인구가 해마다 수십만 명씩이다. 풀죽 한 사발조차 제대로 배불리 먹을 수 없는 게 북한 형편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60년 전 이래 보수다운 보수라곤 거의 해본 적이 없는 철도와 도로는 외국 언론들로부터 ‘야외에 펼쳐진 18세기 교통 박물관’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늘상 노래했고 ‘우리는 하나’라고 제법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통일운동가’라는 대책 없는 직업을 가진 ‘의식 있는 진보인사들(?)’도 이 땅엔 많고 많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해 대처해놓은 게 없고 통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마련해놓지 못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해온 행태라는 게 기껏,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협박하면 영락없이 거기에 말려들어 “워매 기죽어!” 하면서 굽신굽신 노상 밀리기만 하고, 무슨 민족주의자니 평화주의자니 하는 위장 명패를 단 개념 없는 시대적 지진아(遲進兒・성장이 멈춰 두뇌발달이 안된 시대에 뒤떨어진 미숙아)들인 김일성주의자들이 ‘인도적’이니 ‘동포애’니 하면서 제법 대단한 인도주의자나 된 듯 대북 퍼주기를 핏대 세우면서 주장하면 그럴 때마다 북에 두 손 받들어 조공(朝貢)을 상납해 왔다.

북한은 그런 조공을 뭉턱뭉턱 받으면서 상전이 마당쇠 다루듯 남쪽 정부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탕탕 나무라고, 사이비 통일운동가・평화주의자로 위장한 남쪽의 김정일 홍위병들은 뭐가 그리도 분주한지 평양을 생쥐 방앗간 구멍 들락거리듯 부지런히 오가며 북측 유력자들과 마치 죽은 형제를 만난 양 반갑고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끌어안고 ‘우리는 하나’라며 국적불명의 한반도기를 함께 흔들어댔다.

이 나라 대통령이란 사람은 평생의 소원인 노벨평화상을 타기 위해 국민 몰래 거금의 뒷돈을 김정일 호주머니에 찔러주고 남북정상회담을 암거래하기도 했다. 이제 이런저런 낯 뜨겁고 간지러운 허위의식과 쇼도 사라질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북한은 또 제 버릇 개 못주고 ‘마지막 발악’에 다름 아닌 철없는 장난을 하고 있다. 빈껍데기에 불과한 영변 핵시설을 복구하겠다며 창고 속에 보관 중이던 고철덩어리나 다름없는 핵 장비들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무망한 협박을 미국은 무슨 코미디 구경하듯 웃으며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재정이 바닥나 전투기 한 대 띄우기도 힘겨워하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한들 그걸 가동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라는 사실은 세계가 다 안다. 북한이 설령 핵무기를 실전에 가동하려 해도 그런 초기 움직임은 즉각 미국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포착과 동시에 미국의 핵탄두 미사일이 자동적으로 북한전역을 향해 일제히 발사되게끔 돼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가동하기도 전에 융단폭격으로 불바다가 돼 눈 깜작할 사이에 잿더미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요행을 바라고 허세를 부리면서 협박을 한다. 이런 북한의 속셈을 국제사회는 거울 들여다보듯 읽고 있다. 이러든 저러든 북은 결국 앞으로 불과 몇 년 안에 핵을 부둥켜안은 채 무너질 모양이다. 안타깝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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