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갑도 <미래정치경제연구원 사무처장>

박갑도 사무처장
미국 정부가 경제는 오직 시장에 맡긴다는 미국식 '신자유주의'라는 금기를 깨고 7천억 달러, 우리 돈 7백7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법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상태와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개입은 당연할 뿐 아니라 필수적”이라는 말로 현재의 금융위기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정부개입이 필수불가결함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신자유주의가 쇠퇴하는 대신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이런 법안의 의미를 미국 자본주의의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발 금융위기의 불안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20일 청와대에서는 경제관련 장관 및 수석들이 모두 참석하는 금융상황점검회의가 오전 8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날 회의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중소기업은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 도산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직접 개별 기업의 상황을 매일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서 "상황에 앞서 선제 대응하고 국회에 제출된 금산분리완화 법안 등 규제개혁 법안들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당정간 협력하라"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과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진정 국민과 국익을 생각한다면 여야를 떠나서 한 마음 한 뜻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수립에 전념해야 하는 위기상황임에도 제 각각 딴생각을 품고 있는 ‘따로국밥’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청와대나 정부와는 의견이 상충(相衝)되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당 내부에서도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간의 소통이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영자 대상 사이트인 ‘SERICEO’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307명에게 ‘경제위기 및 불황 극복 방법’을 사자성어로 물은 결과 중국 송(宋)나라 때의 불서(佛書)인 ‘벽암록’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의 ‘줄탁동시(啐啄同時)’가 21.6%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줄탁동시(啐啄同時)’를 가장 많이 선택한 이유로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알을 쪼아야 하듯 기업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이해와 협조가 최우선이다’라는 의미에서 라고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처한 이 국면(局面)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 역시 깊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사나 정부와 정치권, 정부와 국민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합심하고 협력하여 지난 1997년 굴욕적인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사태를 극복해 냈던 것처럼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마음자세로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글 박 갑 도 <미래정치경제연구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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