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 전면 개편안 확정 논란

【의회일보=성종환 기자】정부가 서울 및 6개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고, 서울을 제외한 6개 광역시에선 구청장을 관선으로 바꾸는 내용의 지방자치제도 전면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 개편안에는 서울 중구를 인근 구와 통합하는 등 10개 자치구를 없애는 내용도 담겨있다.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는 13일 비공개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치구 변경안과 과소 자치구 기준 설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 자치제도 변경안은 서울시의 경우 구청장만 민선으로 선출하고 구의회는 모두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부산·대전·광주·울산·인천·대구광역시의 경우 구청장은 정부가 관선으로 임명하고, 구의회는 모두 없애는 내용이다. 이 안은 2014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하도록 되어있다.

개편추진위는 또 인구 또는 면적이 해당 특별시나 광역시 자치구의 평균보다 크게 낮은 10개 자치단체를 통폐합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모두 10개 정도의 자치구가 통폐합 대상”이라고 말했다. 자치구 평균 인구의 30%가 안 되는 구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폐합 대상으로는 서울 중구(인구 13만3193명), 부산 중구(4만8686명)·강서구(6만4733명), 대구 중구(7만6600명), 인천 동구(7만8692명) 등이 꼽히고 있다.

이날 개편추진위는 일부 위원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개편안을 전격 표결 처리했다. 개편추진위는 그동안 전원 합의로 진행해왔지만 이 개편안은 표결 처리했다. 강현욱 위원장은 “시간이 없다, 내가 책임진다”며 표결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추진위의 한 인사는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개편안인데도 발언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고 회의도 대외비로 했다”며 “의결정족수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자치구를 없애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개악”이라고 말했다.

개편추진위는 대통령과 국회 추천 각 6명, 관련 협의체 8명 등 24명으로 구성되며, 이번 개편안을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보고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이 안을 바탕으로 법을 개정하고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개편을 확정한다. 군수·군의원과 구청장·구의원을 선거를 통해 뽑는 지방자치, 3계층의 행정체제는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동안 지방자치, 특히 군·구의회는 주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점도 있다. 기초의회별로 18억~20억 원씩 들어가는 운영비에 비해 주민들과의 괴리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자치단체는 종합행정 저해와 주민 서비스나 복지 불균형, 공공시설물의 과다설치 등의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군수·구청장을 임명제(행정구)로 하고 군·구의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곤 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도 이 같은 의견을 골격으로 광역시 행정체제개편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에 동감하는 쪽도 행정구의 회귀를 통해 지방자치의 취지를 온전히 살릴 수 있느냐는 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오히려 국가사무의 이양과 위임으로 기초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자치구의 재정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지방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자치 군구는 사실상 도시개발 등 수입을 꾀할 수 있는 개발 사업에 있어서 광역시에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국세 78%와 지방세 22%, 지방세 중 시세와 구세의 비율이 90%대 10%인 세금 분구조 속에서 재정 자치는 아주 먼 얘기다.

내국세 총액의 19.24%를 지방자치단체에, 20%를 시·도교육청에 교부하고 국고보조금을 지방에 준하고 하지만 중앙집권이 강화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재정으로는 도저히 자치를 할 수 조차 없는 실정이다.  광역시의 구의회의 폐지와 구청장 임명직 전환은 지방분권화에 역행하는 중앙집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사실상의 지방자치는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제의 지방자치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시한 후 체제개편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은 국민들 스스로가 한다. 중앙정부가 앞장서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의혹의 시선만 받을 뿐이다. 정권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려는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 질 것이 분명하다.

행정서비스 대상자인 국민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도적인 것 보다 자연스런 변화가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효율은 극대화 하는 방법이다. 기초의회폐지와 행정구 도입 등 행정체제개편을 하든 말든 주민 서비스와 복지증대라는 지방행정의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중앙과 지방의 세제개편을 통한 재정자립과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종환 기자 kilcyber@icounc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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