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일보=성종환 기자】지난 4월13일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의 74개 자치구ㆍ군의회 전면 폐지와 구청장․군수 직선제의 임명제 전환을 골자로 하는 대도시 자치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이 개편안은 올 6월 중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될 것이며, 입법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개편안대로 입법이 이루어지는 경우, 46%의 국민이 사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의 74개 자치구ㆍ군은 행정구ㆍ군으로 바뀐다.

자치구ㆍ군의회의 폐지는 직선 구청장․군수의 존치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헌법 제118조에 따라 대도시 구․군 자치제 파괴를 의미한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자치구 간 행정서비스와 복지수준의 불균형 시정, 생활권과 행정권의 괴리, 시-자치구 간 갈등으로 인한 사업지연, 대도시 종합행정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자치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자치구 폐지가 아니라 시-자치구 간 권한과 재정 조정, 자치구 간의 경계조정, 합리적 갈등관리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시대에 역행하는 거꾸로 가는 시계
대다수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자치구 폐지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커녕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행정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자치구제 폐지안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개편위는 그간 자치구제도가 행정적 효율성 및 연속성을 저해해왔다고 판단했다. “구의회의 비효율로 재정이 낭비된다”면서 주민의 일차적 대의기관인 자치구의회의 민주적 기능을 부정하고 효율성 저해하는 애물단지로 폄훼한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시ㆍ도의회도 비효율적이란 이유를 내세워 폐지하겠다고 할 수 있다. 특별시ㆍ광역시와 자치구 간의 대립이 정책 추진을 곤란하게 한다고 하나, 갈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의견교환 및 조정은 오히려 보다 발전적ㆍ생산적 성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주민과의 근접선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구의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구의회의 구성 및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비효율로 보아서는 안 되며, 구의회를 두어 얻어지는 주민의 권익증진, 여론수렴 등 민주적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개편안이 채택되면 특별시·광역시에서 구의원-구의회-구청장으로 이어지는 풀뿌리 정치, 지역여론 수렴구조가 사라져 주민자치의 틀이 붕괴되고 관료주의의 폐단이 커질 것이라는 시대역행적 개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구랍 5월9일 사단법인 지방자치학회 주관의 ‘자치구 폐지 타당성 토론’에서도 자치구 폐지는 시대에 역행하는 거꾸로 가는 시계에 비유할 정도로 반대 측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자치구제의 폐지 여부는 주민들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심사숙고한 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하며 관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개편안에 근린민주주의,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본연의 가치를 구현하는 제도를 담겨지도록 민주적 절차를 밟아 전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성종환 기자 kilcyber@icounc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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