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행산 주필
【의회신문=정행산 주필】"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분열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아가 노무현의 이름으로 당의 패권을 추구하는 따위의 일도 없어져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나라의 유구하고 빛나는 전통을 지닌 제1야당이다. 그에 걸맞는 성숙함과 품위를 지녀야 한다. "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앞자리에 앉혀놓고 정면에서 적개심 가득한 독설을 퍼붓고, 추모식장을 메운 친노 인사들이 비노(非盧) 정치인들에게 물병을 던지고 야유를 보내는 장면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노무현 정부 시절 ‘반(反)노무현 대통령’을 외치던 완장부대들의 야만(野蠻)을 기억나게 했다.

우리의 관습으로는 결혼식과는 달리 장례식엔 초청장을 보내지 않아도 문상객들이 스스로 문상을 오는 것이 예의다. 추도식도 장례식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추도식에는 예의는 실종된 채 적개심과 분열만 넘쳐났다.

건호 씨가 문상 온 손님인 김무성 대표와 집권세력을 싸잡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는 글을 읽어 내려갈 때 친노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의 무례를 자제시키거나 유감을 표시한 친노 진영의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배우 문성근 씨는 “사전 상의 없이 불쑥 찾아온 김무성 대표가 문제를 만든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문성근 씨는 같은 배우인 명계남 씨,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멤버 김용민 씨 등과 더불어 많은 지지자들을 거느린 영향력 있는 인사이기도 하지만, 또한 과격한 언행 때문에 배척세력으로부터 ‘친노 완장부대’, ‘비호감(非好感) 인물’, ‘혐오스러운 싸가지’라는 욕을 적잖이 먹는 인사이기도 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다. 지역 정서와 맞서 싸우는 ‘통합의 정치인’과, 자신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 하는 절반의 국민을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친 ‘분열의 리더십’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것이다.

그는 생전에 “분열과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정치가 화합하고 어우러지는 정치에 승리하면 그 피해는 모두 힘없는 사람에게 돌아온다”며 나라가 영?호남으로 갈라선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금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친노라는 정치세력은 ‘화합하고 어우러지는 정치’를 목말라하는 이념지향적 동지들이라기보다 당의 패권을 추구하고 노무현을 정치 마케팅하는 집단으로 변모했다. 친노세력은 노 전 대통령이 타파 대상이라고 했던 ‘분열과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정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정치의 졸병화(卒兵化)는 ‘집단 안도감’이 극에 달한 시대적 병리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이런 정치 후진적 요소와 시대착오적 요인들은 과감히 청산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분열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아가 노무현의 이름으로 당의 패권을 추구하는 따위의 일도 없어져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나라의 유구하고 빛나는 전통을 지닌 제1야당이다. 그에 걸맞는 성숙함과 품위를 지녀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부산에서 네 번째 낙선하고도 “농부가 밭을 탓하겠느냐. 털고 일어나야지요. 저는 이 나라와 부산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 현실정치에선 깊은 나락에 빠져 있었지만 그때가 정치인 노무현이 가장 빛났던 순간이다. 새정치연합이 ‘그때의 노무현 정신’으로 돌아오기를 많은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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