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
【의회신문】외국인의 출입국, 체류자격, 활동범위 등을 다루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은 국가의 주권에 속하는 영역으로서 다른 정부의 행정작용보다 재량(裁量)의 범위가 넓다고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출입국관리의 명목으로 행해지는 행정작용은 행정절차법, 인신보호법 등 개인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법률이 제정될 때마다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특수한 지위를 누려왔다.

아무리 재량의 범위가 넓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이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수단까지 인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권의 보장은 곧 법의 존재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법무부의 출입국 관리행정은 단속행정의 편의성만 고려한 채, 외국인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등한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정부에서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5년 1월 29일 정부가 발의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의안번호 1913847)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불법체류 외국인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하여 사업장, 영업장, 사무실 및 이와 유사한 장소에 출입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의 동의가 없더라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출입국관리법 위반자가 있다는 제보가 있고, 이러한 내용이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사업장, 영업장, 사무실 및 유사한 장소에 사업장 관리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일방적으로 출입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이러한 출입을 방해하는 경우 오히려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의 수사권 행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반드시 사법부의 사전적 판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경찰관이 범죄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체포 및 구금하거나, 범죄자의 거주지 등에 출입하여 압수 및 수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할 법원 판사로부터 서면으로 된 허가(영장)를 사전에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경찰권의 남용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헌법에 따른 영장주의 원칙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 범죄자에게도 보장되는 권리를 외국인에게는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은 마음대로 사업장에 출입하여 단속을 해왔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81조에서는 ‘외국인 동향조사’라는 이름으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체류자격을 조사하기 위하여 외국인, 사업장등을 방문하여 질문할 수 있다는 규정을 토대로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을 막무가내로 들어와 단속을 해왔다. 이러한 막무가내 단속이 헌법에 보장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송이 제기되었고, 결국 대법원에서 출입국관리법 제81조의 동향조사는 주거권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156)하여, 잘못된 출입국 단속행정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출입국관리본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 원칙에 충실하게 판단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잘못된 단속행정을 교정하기는커녕, 판결의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여 외국인에 대해서는 영장주의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개악(改惡)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지경이다.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한 영장주의 원칙에 대하여 외국인을 그 예외를 규정하는 입법이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 경과를 볼 때 법무부에서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였다.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메르스 등 현안에 휩쓸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통과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국회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