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산 주필
【의회신문=정행산 주필】“유엔북한인권서울사무소 설치에 대해 북한은 경련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거품을 물고 대들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이 최악의 인권침해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령독재체제 하의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커녕 정치적⋅시민적 기본권리를 차압당한 채 히틀러의 나치체제를 훨씬 능가하는 폭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23일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이 기구는 북한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한국과 국제사회가 그 실상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된 유엔 차원의 첫 현장사무소다.

유엔 산하기구인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해 2월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 주민의 인권탄압에 책임이 있는 자, 예를 들면 북한의 김정은 같은 인권 탄압자를 국제사법기구에 제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해 경련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격렬한 반발을 하고 나섰다. ‘위대한 존엄’을 감히 인권 탄압자로 국제사법기구에 제소하겠다니, 이런 무엄한 발상이 천하에 어찌 있을 수 있느냐는 속내일 것이다. 북한은 사무소 개설을 이유로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참석을 보이콧했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다. 수령독재 체제 하의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커녕 정치적⋅시민적 기본권리를 차압당한 채 히틀러의 나치체제를 훨씬 능가하는 폭압에 시달리며 굶주리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21세기의 지구상에 3백여만 명이 한두 해 사이에 굶어 죽어나가는 나라는 북한 말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정치범 수용소, 강제노동, 공개처형, 굶어 죽은 사람... 이런 단어는 곧바로 북한을 떠올리게 한다. 말하자면 이런 단어는 북한이라는 기괴하고 참담한 나라의 상징어 곧 트레이드 마크가 된지 오래다.

서커스단의 피에로(어릿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생긴, 새파랗게 어린 아이가 ‘위대한 존엄’이라며 인민을 타고 앉아 툭하면 군 장성의 별을 떼었다가 또다시 한 두 개 더 붙여주었다가 하는 ‘코메디 같은 나라’, 그러다가 성질나면 끌어다가 재판도 없이 비행기 격추용 고사포로 흔적도 없이 공개처형해버리는 등골 서늘한 나라...

유엔총회는 지난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북 체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인권법을 만든지 오래다. 그러나 한 핏줄인 남녘에서는 북한인권법조차 10년 넘게 국회에서 썩히고 있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가 북한체제를 전복하려는 음모라고 인식한다.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설치에 대해 거품을 물고 핏대를 올릴 정도로 민감하게 나오는 까닭은 인권문제가 바로 체제문제이기 때문이다.

북 체제는 집단을 개인에 우선하는 집단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북한 인권문제의 대부분은 바로 이 집단주의 체제의 속성에서 기인한다. 개인적 권리에 입각한 인권문제 제기는 곧 집단주의에 기반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국제사회가 집요하게 인권문제를 제기해도 북 정권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대한 공분(公憤⋅정의를 위한 분노)만으로는 인권문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이제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설치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아아! 이 문제적 인간인 북한 ‘존엄’ 김정은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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