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이민 대표변호사>

▲ 이민정 변호사
【의회신문=이민정 변호사】우리말에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는 좋은 일을 기대하고 갔다가 도리어 이로 인해 불리한 일을 당하게 된 때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출입국과 관련하여 상담하다 보면 바로 위 속담의 상황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바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33조가 적용되는 경우입니다.

A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씨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수년 동안 살다가 한국인 남성의 귀책사유로 인해 이혼하였습니다. 이후 어려운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다가 적발되었는데 다행히 경찰서에서는 훈방처리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거주요건이 되어 출입국사무소에 영주권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신청하였는데, 출입국에서는 마사지업소에 근무했던 사정을 들어 ‘품행미단정’을 이유로 영주권신청을 불허하였고, 여기서 더 나아가 2주안으로 출국할 것을 통보하였습니다. 한국에 계속하여 살고 싶은 마음에 영주권을 신청하였던 A씨는 갑작스런 출국통보에 너무도 당황하였습니다. 설사 영주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기존의 체류자격으로도 얼마든지 체류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갑자기 출국하라는 출입국사무소의 처분이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33조의 내용

출입국사무소에서 체류자격변경신청을 거부하면서 여기에 더하여 출국할 것을 통보할 수 있는 것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33조 제2항에 근거한 것입니다. 위 조항에서는 체류기간 연장신청을 불허하는 경우 뿐 아니라 체류자격 변경신청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출국기한 통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체류기간 연장신청을 불허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출국기한 통보를 하여야 하는 것임에 반해, 체류자격 변경신청을 불허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2주내의 기한으로 출국기한을 통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담당공무원의 재량에 의해 기존의 체류자격기한까지 머물게 할 수도 있으나, 어찌됐든 위 조항으로 인해 법무부 장관이나 출입국사무소는 체류자격변경 신청을 거부하면서 여기서 더 나아가 신청인에 대하여 더 이상 대한민국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출국기한을 통보할 수 있고, 실제로 체류자격변경 거부시 출국기한을 통보하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현행 출입국 관리법 제33조의 문제점

위 조항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하여는 많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이는 체류자격변경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보더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위 사례에서 A씨가 체류자격변경신청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A씨는 여전히 기존 체류자격을 가지고 계속하여 체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A에 대하여 체류자격변경 거부를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존의 체류자격으로도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도록 출국기한을 통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신청권의 행사에 대하여 법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의 측면에서도 위 규정은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이나 영주권, 그 밖의 여러 체류 자격의 부여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관련 법에서 이에 대한 신청권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으로 이러한 신청권의 행사는 법에서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설사 외국인의 체류자격 신청에 대하여 불허가를 내린다 하더라도 이러한 체류자격 신청 자체에 대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행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33조에 의할 경우에는 기존의 체류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이 다른 체류자격으로의 변경을 신청한 경우 이로 인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체류자격마저 소멸되는 불이익을 받게 될 위험이 발생하는 바 이는 결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33조의 개정방향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33조에서 체류자격변경에 대하여 거부처분하면서 이와 함께 기존의 체류자격으로도 머물 수 없도록 출국기한을 통보 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완전히 삭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외국인이 변경하고자 하였던 새로운 체류자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허가 할 수 없는 사유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기존의 체류자격과도 관련이 있어 이에 의할 때 기존의 체류자격 역시 유지할 수 없게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새로운 체류자격으로의 변경을 거부하는 것과 함께 기존의 체류자격 역시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3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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