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산 주필

【의회신문】새정연 혁신위가 나름대로 혁신안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혁신위 자체를 ‘친노(親盧) 좌장인 문재인 대표의 대리기구’로 규정하면서 불신하고 있는 당내 비노(非盧) 측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비노 측은 "혁신위가 내놓고 있는 혁신안은 혁신이 없다는 게 골자"라며,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이외의 혁신은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현역 의원들을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 전원을 외부인사로 꾸리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전원의 임명권을 친노인 문재인 당 대표에게 쥐어주는 안에 대해 "눈 감고 아웅"이라고 일축한다.

친노는 당내보다는 당 외부에 공고한 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평가위원 전원을 외부인사로 꾸린다는 안은 친노를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비노 측 의원들은 "친노 패권주의란 바로 이처럼 외부를 끌어들여 시스템화 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없애는 안도 '문재인 대표 1인에게 전권을 몰아줘 친노 세력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고 친노들만의 독주와 전횡에 돗자리를 깔아주는 독재적 발상' 이라고 비노 측은 반발하고 있다.

어쨌거나 새정치연합 내의 친노⋅비노 갈등과 대립은 이제 갈 데까지 간 양상이다. 이제는 당을 쪼개고 양측이 손수건 흔들며 이별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지금 한창 여기저기서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9일 새정연의 중앙당 당직자 출신 중 '국민희망시대' 소속 당원 1백여 명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중도 개혁정치로 야권을 재편(再編)하겠다" 면서 "새정치연합은 이제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원들로, 향후 호남 신당 창당 논의에 불씨가 될 전망이다.

당을 새로 만든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차피 쪼개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정연 비노 그룹이 당 혁신안에 매달려 티격태격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어차피 공천개혁이라는 칼자루는 친노 측이 쥐고 있고, 비노계는 얻어먹을 떡이 없다. 비노계는 "혹시나" 하면서 김칫국부터 마시지만 친노계는 강고하다.

대학 운동권의 486 주사파(主思派)가 대부분인 친노세력과는 타협이 어렵다.

그들은 자신들만 옳다는 1980년대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패밀리끼리의 결속력은 해병대 전우회보다 끈끈하지만 그 밖에는 전투적이고 배타적인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친노와 비노는 성향과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가 다르다. 친노 그룹은 새정연의 노선을 지금보다 더 왼쪽으로 이끌려 한다. 이에 반해 비노계는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우파에 가깝다.

내분은 진작에 표출됐고, 친노와 비노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건 이미 물 건너갔다. 새정연이 허구한 날 결론이 뻔히 내다보이는 소모적인 내분에 매달려 이전투구나 벌이고 있기 때문에, 여권이 박 대통령의 협량(狹量)정치로 저토록 한심한 내홍(內訌)을 겪고 있는데도 야당 지지율이 도무지 오르지 않는다.

'협량' 이란 사전적 의미로 '사람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좁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얘기다. 여권의 전비(前非)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어차피 갈라설 거면 뭉그적거리지 말고 쿨하게 갈라서서 각자 새롭게 출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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