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변호사 <법률사무소 이민 대표 변호사>

▲이민정 변호사
【의회신문】얼마 전 검찰이 앞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여 처벌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주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대구지방검찰청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주동자 3명과 전화상담원 25명을 범죄단체 조직으로 모두 기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범죄단체조직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형이 종전규정에 의할 때 보다 훨씬 중하므로 앞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혐의를 적용하게 되면 현재보다 훨씬 중한 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의 보도내용과 달리 단순히 적용되는 법률규정에 따른 법정 형량을 비교할 때 양자 간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범죄단체조직죄가 법정형에서부터 종전 적용되는 형법규정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식의 보도는 정확한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에는 아직 구체적인 범행의 실행에 이르지 않은 경우의 처벌에 있어 종전과 커다란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또한 실제 처벌에 있어서도 목적범죄와의 경합(이른바 ‘실체적경합’)으로 인해 실제 부과되는 형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적용되는 형벌규정은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규정과 전자금융거래법 규정이었습니다. 이때는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 규정이 더 중한 처벌의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사기죄를 기준으로 보면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보도내용과 같이 범죄단체 조직 가입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114조를 적용할 경우에는 목적하는 범죄의 정한 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의 정한 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법정형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 실제 처벌 형량은 종전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적용되던 법률규정과 비교해 볼 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 가장 먼저 커다란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은 바로 실제로 범행에 이르지 않아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만약 행위자들 사이에 단순한 모의나 의견 교환만 이루어지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가지 않은 단계의 경우에는 기존 사기죄만이 문제될 경우에는 아직 실행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별다른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지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에는 이러한 범죄를 모의하고 계획한 것만으로도 바로 사기죄의 정한 형으로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후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 있어서도 대법원은 학설의 태도와 달리 실행범죄와 범죄단체조직죄 사이의 이른바 실체적경합을 인정하므로, 보이스피싱의 경우 기존에는 사기죄만으로는 처벌되던 것이 이후에는 사기죄에다가 범죄단체조직죄까지 함께 적용되므로 법관이 선고할 수 있는 처단의 형의 범위는 이전보다 더욱 중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경우에 있어서는 지금까지의 처벌정도에 비추어 더 중하게 처벌 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보이스피싱범죄를 중하게 처벌해야한다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 경험이 적은 노령층이나 정보의 접근력이 뒤떨어지는 취약계층이 주요 범죄대상이 되고, 통신과 금융거래 시스템이 갖는 엄청난 확산력을 통해 많은 금액의 피해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과연 언론의 보도내용처럼 바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로 의문이 남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판례가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한 기준에 의할 때 위 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죄조직이 특정한 목적과 규율아래 조직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 가입한 구성원들 역시 조직원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이 부여되고 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형사사건에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주로 조직폭력배 사건이나 공안사건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범행을 주도하는 자가 범행 단계별로 세분화하여 범행에 가담하는 자를 모집하여 이용하고, 조직 자체도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에 각 범행 단계에 가담하는 자는 자신이 전체 범죄과정에 어떻게 관여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건에서 단순히 택배를 배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실행하고 보니 택배의 대상이 된 물건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통장이나 카드였다던가, 통장이나 카드를 전달받아 금원을 인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원을 인출해서 이를 전달하고 자신은 이와 관련 소액의 수고비만 받았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를 조직한 전체 주동자가 누구이거나, 어떠한 계획과 방법으로 얼마큼의 돈을 편취하는지, 심지어 자신에게 직접적인 연락한 사람이외에 관련된 사람이 누가 있는지 등을 전혀 모르고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이스피싱에 관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까지 모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여 자신이 관여하지도 알지도 모르는 범죄내용에 대해서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있어 범죄단체조직죄를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오히려 현재까지 적용되는 사기죄 규정에 의하더라도 범죄 내용에 따라 법정형의 범위에서 얼마든지 중형의 선고가 가능하고 또한 범죄금액이 일정금액을 넘는 경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따라 더욱 가중된 처벌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갈수록 지능화, 대형화 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여 갈수록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이스피싱 가담자들에 대하여 보자면, 별다른 생각 없이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판단능력이 흐려져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단순히 쉽게 돈을 번다는 말에 현혹되어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져서는 안 될 것이고, 혹시 도중에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된 일임을 알았다고 한다면 과감히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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