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행산 주필
【의회신문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진 만큼 이 기회에 국회의원 선거구를 근본적으로 조정해 전체 국회의원 수를 현행보다 대폭 줄이는 등 제도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구 개편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검토하자는 데는 국민적 공감이 형성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 상 국회의원 선거구 간의 인구 차이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현행 선거구 획정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원 선거구 별 인구 편차가 2대1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획정방식을 당장 바꿔 선거구를 새로 짜는 것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현행 선거구를 2015년 12월31일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선거구는 지난 2001년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3대1로 제시하면서 획정됐다.

그러나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헌재가 제시한 2대1 상한 인구수를 초과하는 선거구는 전국에 37곳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5월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24조의 2 ①항은 ‘국회는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이미 1년이 안 되는 내년 4월13일로 정해져 있어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국회는 20대 총선에 한해 선거일 6개월 전인 올해 10월13일까지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마련토록 하는 내용의 부칙을 마련했다.

선거구를 개편해 인구 편차가 2대1을 넘지 않는 새로운 선거구를 확정하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독립기구인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 내에 설치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위)로 넘겨야 한다.

현재 국회 내에 정개위가 구성⋅운영 중에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독립기구인 획정위도 활동하고 있다. 국회 정개위는 오는 9월13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해 송부해줄 것을 획정위에 요청해놓고 있는 상태다.

어차피 선거구 개편을 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여러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는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국회 정개위는 새정연의 제안에 따라 최근 논란거리로 급부상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을 두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을 먼저 하느냐, 국회의원 정수를 몇 명으로 정하느냐로 여야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바람에 국회 정개위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촉진할 여야 논쟁의 구도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서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선거구 재획정 기준부터 먼저 결정하자는 입장이지만, 새정치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의원 정수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은 하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탐욕’과 ‘비호감’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우리 국회가 선거구 개편을 빌미로 “기회는 이 때다”는 듯 의원 정수 확대에 달려드는 행태를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은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진 만큼 이 기회에 국회의원 선거구 별 인구 상한선을 상향 조정해 전체 국회의원 수를 현행보다 대폭 줄이는 등 제도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선거제도 개혁’이다.

선거구 개편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도 함께 검토하자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선관위의 제안도 그래서 나왔다.

새누리당은 야당에 대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함께 실시하자고 우격다짐할 게 아니라, 길 잃은 야당을 설득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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