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논설실장

▲ 김영환 논설실장
【의회신문】지난 8월4일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 안의 군사분계선을 북한군이 남쪽으로 440미터나 침투하여 우리 측 철책 통문에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군 부사관 2명의 다리가 절단돼 중상을 입는 도발 만행이 발생했다.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는 합동조사를 한 결과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반은 중립국 감시위원회 대표들도 참관한 가운데 현장을 조사했다. 합참은 10일 대북경고 성명을 통해 북한은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측이 북한의 역선전을 막으려고 신중을 기한 시간은 북한과 친북세력에게 시간을 벌어 준 셈이다. 피격 즉시 조건반사처럼 도발을 응징해야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는데 또 때를 놓쳤다. 단호하다는 응징은 고작 대북심리전을 위한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규탄하는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날리기가 민간 차원의 대응으로 체면을 살렸다.

북한은 대북방송 시설에 조준사격을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제발이 저렸기 때문인지 폭발 당일인 4일 북한군 전방부대들은 비상에 돌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북한은 적반하장으로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동영상 증거를 내놓으라고 대들고 있다. 악천후를 틈타 각종 감시 장비가 명백한 증거를 포착하기 어려울 것을 예측해 지뢰를 매설해놓고 동족인 국군을 살상하면서 이를 뒤집어씌워 남남감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사건 발생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은 경원선 복원현장인 백마고지 역에 나가 "비무장지대인 DMZ는 ‘꿈을 만드는 지대 (Dream Making Zone)’로 변할 것" 이라며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통일부는 남북 고위급 대화까지 제의했다. 대통령이 지뢰 폭발이 북한의 소행임을 정확히 인지한 시점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의 정보 공유와 소통에서의 문제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가 총체적으로 헝클어진 것이다. 문화일보의 지적대로 응징해야할 때 대화 운운하면 북한이 우습게보고 다시 도발한다, 준비태세가 모자라 지뢰 매설을 사전에 탐지 못하고 폭발 후엔 매설 주체를 즉각 규명하지 못해 정부의 상황 판단에 도움을 못 준 군의 역량이라면 정말 문제다. 대규모 도발에도 원인을 며칠 씩 찾아 발표할 것인가?

지뢰도발을 잘 연출된 자작극이라고 호도하는 북한에 맞장구치면서 친북세력들은 "북한의 주장이 더 합리적" 이라거나 지뢰 폭발이 국정원의 해킹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다리가 잘린 부사관 2명은 그럼 배우처럼 자해의 연기했다는 말인가. 이런 가증스런 주장을 펼치는 자들이 같은 민족이다.

종북적 유언비어의 번창은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황교안 법무장관(당시)이 정부의 통진당 해산을 청원하여 헌법재판소가 작년 12월 종북 정당의 해산결정을 내렸지만 해산된 것은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겉모습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1986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무인기 도발 등 북한의 도발 만행은 물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같은 질병이 터졌을 때도 반정부세력들은 북한 주장과 비슷한 선동과 유언비어로 모략을 일삼았다. 대한항공기 폭파범 김현희마저도 가짜라고 했다. 그 같은 선전선동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더욱 기승을 부린다.

사이버 세상이 이렇게 혼탁한데도 18일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언론사의 게시판이나 대화방에 정당이나 후보자의 게시물을 올릴 경우 실명확인의무를 폐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불과 3주일 전 선거기간에 한해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며 제한적인 실명확인의무에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기간 중 가면을 쓰고 암약할 불순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주자는 것과 다름없다.

그간 인터넷은 '종북의 해방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정개특위의 의결은 사이버 상에서 익명의 그늘에 숨은 자들의 특정 후보에 대한 음해와 반정부 선동은 물론이고 내국인을 가장한 북한 사이버특공대의 공격을 이롭게 하면서 국정원과 검경 등 대공 기관들의 반국가 암약 세력 수사에 어려움을 더해줄 것이다.

이번 북한의 지뢰 도발에는 야당도 국회 차원의 도발행위 규탄과 사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에 동참했다. 그러나 며칠 뒤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살상, 박왕자 금강산 주부 관광객의 총격 살해에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데도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를 촉구함으로써 북한 도발에 면죄부를 주자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좌파 매체들도 목함지뢰 도발을 비난하면서도 확실한 증거 확보, 자제와 대화, 남북관계 관리를 촉구해 마치 도발해도 즉각 응징은 자제하자는 것 같았다.

인도적인 원조나 남북대화는 늘 열려있으며 거부하는 것은 북한이다. 5·24조치 해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문재인 대표는 5·24조치 해제 주장에 앞서 6·25이후 최대급 규모인 46명의 해군 순국 장병을 가슴에 묻은 모든 천안함 유족들에게, 그리고 생존 장병 58명 전원에게 5·24조치 해제의 동의를 구했는지 묻고 싶다. 천암함 폭침 국군 6명은 시신도 찾지 못했다. 5·24조치 해제는 시기상조다.

이번 북한의 지뢰 공격은 큰 도발을 획책하려는 간보기일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의 오판을 막도록 도발의 대가는 정말 쓰다는 것을 각인시켜줘야 한다. 경제적 타격도 가해야 한다. 온·오프라인의 대북 방어를 모두 추슬러야 한다. 군의 기강과 정신전력 강화, 장비 현대화는 물론이고 최소한 2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간첩과 불순세력들이 네 활개를 칠 인터넷 등 사이버 상의 준동과 암약을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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