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겹쳐 9월 위기설 확산

【의회신문】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 행진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자재인 원유와 구리 가격이 최근 3개월 동안에 31%와 20%나 급락했다. 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서부텍서스 원유가가 배럴 당 38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구리가격은 실물경제의 흐름을 미리 반영하는 지표로 쓰이고 있어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리는 현상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같은 자원빈국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덕에 최근 국내 휘발유 값이 리터당 1500원선으로 내린 주유소가 많다.

허나 깊이 살펴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셈법이 숨어 있다. 원자재 값의 하락은 수요가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감퇴했다는 말은 경기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러시아 브라질 우크라이나 같은 원자재를 팔아 먹고 사는 자원부국들은 치명상을 입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재정이 악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벌써 국가부도를 걱정하는 나라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나라의 경기침체가 다른 나라로 전이되어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고도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은 그동안 원자재 블랙홀로 지목되어 왔다. 원유만 해도 세계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던 중국이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값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쇼크의 파장은 원자재 값만 끌어내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 증시(상하이 종합지수)는 월요일인 지난 24일 8.49% 폭락하여 블랙 먼데이로 기록된 이후 다음 날에도 8%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19일 이래 나흘 동안에만 23.8%나 추락했다.

그 영향으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중국 정부의 온갖 부양책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세계 투자자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 없다더니 부양책은 반짝 약발에 그쳐 길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국발 주가 폭락사태로 신흥국의 외자유출이 썰물을 이루고 있다. 신흥국 외자 유출규모는 최근 4주간에만 1304억달러에 이른다. 이 돈은 대부분 경제가 인정된 선진국으로 흘러들어 갔다. 신흥국 달러자금 이탈은 그들 나라의 환율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브라질 말레이지아 터키 등의 통화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 세계의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던 중국이 어쩌다 세계의 위기 전파국으로 전락되었을까. 기초 체력이 튼튼하지 못한채 과속으로 달리다 성장엔진의 연료가 소진되었다는 지적이다. 곳곳에 잔뜩 낀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성장률 7%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쇼크에서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외자 유출도 심상치 않다. 특히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수출의 25%, GDP의 1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요동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이 감기에 걸리면 한국은 폐렴으로 앓아 눕는다는 속설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더해져 겹겹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9월 위기설의 살아 있는 징후다. 세간에 대선의 해인 2017년 위기설이 정설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 사이 9월 위기설이 비집고 들어섰다. 그것도 갈수록 무게감이 더해간다. 공포심리가 팽배해져 가고 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는데, 둔감하고 안이한 낙관론에 젖어 있는 최경환 경제팀에게 기회일까. 바닥권의 성적표를 끌어올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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