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차장 이상원

▲ 이상원 경찰청 차장
【의회신문】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배달 서비스다. 우리나라 같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어떤 것이든 배달을 통해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배달 서비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았고 또 성업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모습도 존재한다. 배달 주문이 늘면서 거리에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고객에게 1분이라도 더 빨리 배달한다는 구실로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륜차 인도주행이 우리나라 이륜차 문화 개선대상 1위로 지목됐을 정도다.

인도주행을 하는 이륜차는 신호가 막히면 인도주행을 하거나 중앙선을 넘어 다니는 등 위험한 운전을 한다. 모두 보다 빨리 배달하기 위함이다.

지난 5월에는 부모와 함께 나들이를 다녀온 5세 아이가 차에서 내려 집을 향하다가 배달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아이는 다리뼈가 부러지고 얼굴을 크게 다쳤다. 오토바이의 위험운전으로 인해 행복한 가족 나들이가 끔직한 사건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아이의 부모는 평생 얼굴에 큰 흉터를 가지고 살아가면서 받을 상처를 걱정했다.

이처럼 이륜차의 인도주행은 보행자 특히, 교통약자인 어린이나 노인에게는 끔찍한 흉기와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이륜차의 인도주행 근절을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경찰은 인도주행을 포함한 이륜차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실시하고 있다. 이륜차의 인도주행은 음식 배달업체나 택배업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배달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상습 인도주행이 발생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관리책임을 물어 업주까지 처벌키로 했다.

최근에는 안전보건공단·배달앱 업체와 협약을 맺고 안전운행 체험을 포함한 '이륜차 안전교실'을 운용하고, 안전 가이드를 배포하는 등 이륜차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TV·라디오·인터넷·모바일 등을 통한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나아가 경찰청은 국민과 함께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를 조금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스마트 국민제보' 신고앱을 개발했다.

경찰력만으로는 교통질서를 확립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인도주행 등 이륜차 불법운행을 촬영해 제보하는 등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도 필요하겠다.

하지만 단속과 홍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륜차 운전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한다는 점이다.

똑같이 두 발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두 발은 인도, 오토바이의 두 바퀴는 차도 위에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모든 이륜차 운전자들이 머릿 속 깊이 새겨야 한다.

단 몇 초, 몇 분을 단축하려고 인도를 비집고 운전하는 습관은 본인 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과 생명에 얼마나 큰 위협을 가하는 행위인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륜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이륜차의 운전자 역시 보행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안전한 인도를 보행자들에게 오롯이 돌려주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 선진 교통안전국가로 발돋움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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