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단 '토막'
【의회신문】국립극단이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가인 유치진(1905~1974)의 처녀작 '토막(土幕)'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하나로 지난해 9월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올해 5월 '이영녀'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신파극 위주의 연극 풍토를 개혁하고 진정한 의미의 신극(근대극)을 소개하기 위해 설립된 극예술연구회 최초의 창작극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궁핍한 농촌과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유치진은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극작가다. 리얼리즘극의 한국적 토착화에 크게 이바지했다. 초대 국립극장장을 지내고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술대학)를 설립하는 등 한국 연극의 토대를 닦았다.

일본 유학시절 연극에 뜻을 두게 됐다. 귀국한 뒤 서항석·김진섭 등 해외문학파 동인들, 연출가 홍해성 등과 함께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해 서구의 근대극과 창작극을 활발하게 발표했다. 식민지라는 공통의 역사적 아픔을 겪고 있던 아일랜드의 극작가 숀 오케이시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궁핍한 서민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그리는 극적 방법론을 터득했다.

풀뿌리 인생들의 질긴 생명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토막'이 이를 대변한다. 처절한 비극을 그리면서도 웃음을 일으키는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희극적 장치를 통해 비극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연극 기법이다. 또 능청맞은 사투리를 사용한 생생한 대사들은 한국어 특유의 리듬감을 전한다.

외부와 단절 된 어느 농촌 마을, 가난한 농부인 명서 가족의 유일한 희망은 일본에 돈을 벌러 간 아들 명수다. 그러나 명수는 몇 년째 연락이 없고, 명서네는 일본으로 떠나는 명수의 친구 삼조에게 소식을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명서의 이웃인 경선은 소작농으로 근근히 살고 있지만 장리쌀 몇 가마니 꾼 것을 갚지 못해 삶의 터전인 토막마저 빼앗긴다. 그 충격으로 경선은 집을 떠나고, 경선의 아내와 아이들은 명서네 부엌에 얹혀산다. 그러던 어느 날 구장이 2년 전 신문을 들고 명서네 토막을 찾아와 신문의 흐릿한 사진 속 인물이 명수인 것 같다고 말한다.

22일부터 11월1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토막. 출연 김정환, 김정은, 황선화, 김정호. 예술감독 김윤철, 드라마투르그 임형진, 무대 이유정, 조명 김창기, 의상 박은지, 음악 이나리메. 러닝타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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