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박주선⋅최재천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도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도대체 국민의당의 정체성이 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안 의원 주도의 국민의당은 최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에 대한 반(反)대한민국적 세력의 트집, 영입작업 부진 등으로 지지도가 주춤했다. 이런 상황에서 천 의원의 합류는 일정부분 회복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 세력이 가세하게 되면 호남지역 주도권을 한층 단단히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남 영향력 확대라는 선거공학적 차원에서의 ‘호남연합’은 국민의당 창당정신에 맞지 않다. 이런 잡탕 정당이 무슨 '새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당은 "중도 개혁을 통해 양당체제를 혁파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많은 국민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까닭은 이처럼 양당 기득권체제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한 데 기인한다. 국민들은 대결로만 치달았던 기존 여⋅야와는 차별화된 제3당이 등장해 국회를 변화시키길 원하고 있다. 지역정서에 호소하는 '호남연합'은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특히 천정배⋅정동영 두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내세웠던 '새정치' 및 '중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극단적 좌파성향의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친노정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3인방의 멤버이며, 천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을 벌였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했던 대표적인 국보법 폐지론자다.

물론 현실정치는 때로 명분, 곧 정치적 이념을 유보해야 할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지역정서에 영합하는 선거공학적 차원의 이합집산은 가장 대표적인 구태(舊態)정치라는 점에서 국민의당의 호남 치중 전략은 안타깝다. 지금 국민의당에 필요한 것은 호남연합도, 이념연대도 아닌 '혁신'과 '새정치'를 위한 정책이다.

국민의당이 우리 정치의 문제점인 '양당 기득권 담합체제'를 극복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더민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꽉 막혔던 쟁점법안 정국이 국민의당의 제3자적 입장 표시로 돌파구가 열린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머지않아 천정배⋅김한길 의원 등 뒤늦게 합류한 현역의원들은 당초 국민의당과 안철수 의원이 내건 '새정치'와 '중도개혁', '양당 기득권 체제 혁파' 등으로 요약되는 창당정신을 폐기하고 선거공학적 야권연대를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당이 지역당으로 전락해 새정치와 개혁을 외면한다면 표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소수의 작은 정당에 그칠지라도 호남정서에 기대기에 앞서 초심을 지키고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가진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최대한 충원해야 한다. 국민은 낯익은 기성 정치인들과 그들의 정치행태에 절망하고 있다. 이들과 차별화해야 국민의당이 존재가치를 갖고 이 나라 정치혁신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