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안정속의 계파갈등 상향식vs인재영입
야권, 한쪽은 비상체제-한쪽은 창당대회

【의회신문=임광수 편집위원】4.13총선 앞으로 70여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선거구 획정이 하루하루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구 153(+7) 비례대표 47(-7) 총300석 유지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여당의 쟁점법안 연계와 야당의 개별 처리로 맞서 1월 임시국회 통과가 막판까지 불투명하다. 선거구 획정이 안 된 상태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공천 룰을 결정해놓고 전국 각지에 당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사들과 현역 출마자들 간에 치열한 경선이 시작 되었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가칭 국민의당으로 양분되어 각각 총선을 겨냥하고 있으나 아직 당내 정리가 덜 된 단계다. 더민주는 27일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선거대책위원회 겸임)로 선거전에 돌입하였고, 가칭 국민의당은 호남권 신당 추진 양대 세력(천정배, 박주선 의원)과 통합하여 2월 2일 창당대회(대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야 정당의 주간 동향을 분석하고 향후 변화를 전망해 본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 새누리당

싱향식 공천 vs. 인재영입 당내 갈등
'권력자' 선진화법-밀실공천 책임 파장

4.13 총선 70여일을 앞두고 야권과는 달리 상향식 공천을 주축으로 안정적인 선거전략을 짜가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식물국회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의 책임과 과거 밀실공천의 문제가 권력자 때문이라는 말을 연일 내놓은 것이 당내 갈등으로 번져 김 대표 입장이 어렵게 되고 있다. 김 대표가 선진화법과 하향식 밀실공천의 책임소재를 '권력자'라는 이름을 빌려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것은 누가 봐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으니 친박 측에서 그냥 있을리 없다. 그것이 바로 28일 최고위원 회의서 터졌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옆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김 대표에게 "왜 그런 말을 해서 풍파를 일으키느냐? 권력자라면 바로 김 대표가 아니냐?"면서 포문을 열자,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어서 "그런 말이 나도는 우리당을 어떻게 보겠느냐" 아주 잘못된 말을 했다고 일갈했다. 자리를 같이한 이인제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까지 이에 동조하고 나서는 긴장된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김 대표는 굳은 자세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김무성 대표는 몇 차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말을 했다가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자세를 취해왔다. 이번에도 국회의 식물화 현상을 놓고 답답한 심정에서 선진화법을 탓하고, 힘들게 명분으로 이어가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건드리는 친박 측에 대한 불만이 당내 갈등의 불을 당긴 셈이 되었다.

김 대표는 한쪽에서 야당과 같이 인재영입을 왜 못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전국 곳곳에 당의 예비후보로 모여드는 정치지망생을 대안으로, 야당의 인재영입을 뿌리 없는 꽃곶이로 격하하면서 고충을 표출한 것이니 어느 정도 갈등이 생기더라도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 대표가 주도하는 상향식 공천은 여야 협상 불발과 당내 사정으로 당초보다 퇴색했지만 현재 추진 되고 있는 지역 경선만으로도 과거와는 다른 선거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확정된 룰에 따라 공정한 경선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정치문화의 획기적인 개선의 장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경선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여당의 절대 열세지역(호남과 수도권 특정지역)을 제외한 영남권을 비롯한 각지에서는 새 인물이 넘쳐흐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천관리위원장 선임을 놓고 김무성 대표와 친박 간에 의견을 좁히지 못하여 인선을 미루고 있다. 친박 측에선 일찍이 불출마를 선언한 대구의 이한구 의원(4선)을 밀고 있으나 김 대표는 김황식 전 총리나 대외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지역 경선과 특정지역 후보안배, 비례대표 선임 등 여러 차례 친박-비박, 청와대 간의 충돌과 갈등이 잠재해 있다. 후보등록까지 낙천자에 대한 불공정 사비 차단과 야당의 박근혜 정부 심판공세에 대응하는 선거전략 마련 등 시각을 다투는 시점에 놓여있다. 요점은 당내 계파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집권여당으로서 19대국회 회기 내에 민생과 안보에 다급한 법안을 처리하면서 미루어 놓고 있는 선거구 획정도 속히 결정지어야할 책임을 안고 있다. 과반수를 넘겨 다수의석을 가진 여당으로서 19대 국회가 입법부의 기능을 제대로 했느냐 하는 것도 총선 심판의 요건이 될 것이다. 법안 의결 정족수가 과반수를 넘어서는 선진화법이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국정의 책임을 진 여당으로서 대화와 협상력도 문제였기 때문이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나가고 김종인 비대위 출범
김홍걸 영입 파문, 총선 목표 127석 이상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일주일 내에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숨가쁜 과정을 거쳐 일단 4.13 총선 체제를 갖추었다. 이 과정을 주도한 문재인 전 대표는 그동안 당내의 지루한 사퇴압력을 견디면서 353일 간의 대표직을 김종인 비대위에 넘기고 양산으로 향했다.

문 전 대표의 거취를 놓고 일각에선 그가 말하는 '백의종군'이냐, 아니면 '수렴청정-상왕정치'냐 하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문 전 대표로선 측면에서 또는 지역구나 비례대표로서 총선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총지휘하는 4.13총선의 결과에 따라 그가 꾸준히 야망을 보이고 있는 2017 대선후보로 갈 수 있느냐, 정계에서 사라지느냐가 달려 있다.

또한 그동안 일부에서 ‘문재인으로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공격을 받아온 문 전 대표가 선거지원을 한다고 할 때 득-실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친노세력이 도사리고 있는 더민주를 볼 때 문 전 대표의 영향력이 살아 있다는 것이 대체적 인식이다.

일단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축한 김종인 더민주호가 총선 승리로 야당의 기틀을 다지고,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후보로 내 세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지는 미수수다. 문재인 대표의 지도력 문제로 쓰러져 가던 당을 문 대표의 희생과 용단으로 파국을 막은 더민주가 다시 강력한 제1야당으로 살라날 수 있느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선대 위원장 겸)의 지도력에 달려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1980년초 이후 국회의원-장관-청와대 수석으로 꾸준히 정치권에 몸담 왔지만 당-정의 뚜렷한 위치에 서 본 적은 없다. 이번 처음으로 제1야당의 비상대권을 쥐고 정치력을 시험받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김 위원장의 적대적인 전력(국보위 참여-권력비리-반노탄핵)에도 불구하고 환영의 박수를 치고 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흔들지도 모른다.

김종인 위원장도 당에 들어와 며칠이 안 된 기간에도 지금까지 보여 온 강단 보다는 말을 바꾸면서 현실에 적응하는 모습은 굴절의 경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엔 친노를 강하게 다스리겠고 호언했지만 선대위(대부분 친노인사로 평가)를 구성하고서는 친노를 모른다고 딴 소리를 하는가 하면, 자신의 국보위 참여 경력시비에 대해 "평생 후회한 적이 없다. 무엇이 문제냐"고 하다가, 신입 당원 양향자 씨의 사과요구에 "광주분 들에게 굉장히 죄송하다"면서 "전문성 때문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비대위를 출범한 아침 김 위원장은 지도부와 같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고 그동안 당에서 배제해 왔던 것과는 달리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묘소까지 참배했다. 참배 일행중에는 이-박 대통령의 참배에 일부인사의 일탈을 보였지만 김 위원장이 '운동권식 정치는 안 된다' 는 일단의 신념을 보여 주었다.

지난해 전대를 끝내고 당선된 문재인 대표가 현충원에 가서 이-박 대통령 묘소 참배를 두고 '야스쿠니 신사와 히틀러 묘를 참배하는 유대인'에 비유하는 정청래 의원 등의 친노 강경파에 눌려 문 전 대표가 중단한 행보를 김 위원장이 과감하게 했다. 당장은 친노 강성파들도 분위기상 김 위원장의 행보에 반대소리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김종인 체제에서 국회의원의 지위를 남용한 노영민(저서 강매 카드결제), 신기남(아들 시험탈락, 학교에 압력)의원에게 각각 6개월 3개월 당원 자격정치 징계로 총선 출마가 어렵게 한 것이나. 기업활성화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합의점 찾기 등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아직도 친노의 주력세 속에 김 위원장을 보좌하면서 2인자로 비치는 박영선 의원(선대위-비대위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을 얼마만큼 호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김 위원장의 시험대는 막말과 일방적 운동권식 투쟁으로 국회의 기능과 당을 분열로 몰아간 강성 친노와 특히 19대 비례의원들의 출마를 어떻게 정리하느냐 하는 것도 관심사항이자, 총선 결과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일단 선대위에서는 친노를 넘지 못했으나 비대위는 영입인사 주류로 구성한 만큼 김 위장의 당권은 강력한 것으로 보이나 김 위원장의 단기 행보로 보아 지난 김상곤 혁신위와 같이 궁지에 빠진 친노를 살려주는 바람막이가 된다면 총선 결과는 뻔 하지 않을까 싶다.

▲ 국민의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26일 오전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한길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가칭 국민의당

2.2 창당대회 앞두고 인물영입 부진
호남세력 통합과 이희호 녹취 사과
교섭단체 구성 고심

가칭 국민의당은 오는 2월 2일 중앙당 창당대회(대전)를 앞두고 지난 1월 10일 발기인 대회 때의 지지도 바람을 회복하지 못하고 대내외 악재로 상승효과 부진에 고민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인 안철수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관심을 끌만한 유력인사도 새정치를 표방할만한 새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안 의원과 창당 주력세력 간의 불협화음도 새어 나온다.

또한 어치구니 없는 하나의 사건은 안철수 의원이 동교동으로 이희호 여사(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를 방문했을 때 나눈 대화(안 의원이 잘해서 정권교체를 해 달라)를 아전인수식으로 밝혔고, 이를 부정하는 김홍걸 씨(김대중 전 대통령 3남)가 사실이 아니라고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구한데 이어 김씨가 갑자기 더민주에 입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안 의원의 동교동 발언내용이 녹음이 되어 모 월간지에 보도되고, 안 의원은 최근 낙상으로 입원중인 이 여사를 찾아가 문병을 하면서 결례를 사과하고 녹음을 한 수행실무자를 문책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호남민심을 업고 신당작업에 나섰던 안 의원이지만 보기에도 민망스런 모습이었다.

신당이 양당구도에서 제3당으로서 케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대안세력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기엔 미흡한 행태를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그 첫째는 ‘안철수 리더십’이 과거보다 달라졌다고 했지만 과단성이 보이지 않고 자신이 세운 원칙도 인물영입 과정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다. 몇칠 앞둔 창당대회를 계기로 신당의 컨벤션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안철수 의원의 특색 있는 리더십을 확립하고, 둘째 제3당의 감동이 담긴신선한 메시지를 창출해 내야하며, 셋째는 기존 정당에 대응하는 역동적인 인물을 내 세워야 하는 절체절명에 놓여 있다. 현재로선 제1야당의 야망 달성이 안 보이고 존재감 있는 제3당이 가능한 목표가 아닐까? 그러나 앞으로 남은 시간과 변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한편 군소정당인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큰 틀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열었으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태도로 보아 쉽게 연대 협력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정의당의 지역구 의석은 양당 또는 3당 구도에서는 소수의석도 기대하기 어렵고 비례대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의당이 목을 걸고 있는 연동형 비례제도 여야협상에서 여당의 반대로 채택할 가능성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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