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구도 현역 물갈이 개혁공천이 승패의 관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13 총선에 적용한 선거구 획정안을 확정하고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경기도내 분구 및 조정된 선거구를 살펴보고 있다.
【의회신문=임광수 편집위원】 4.13 총선 40여일을 앞두고 여-야 정당은 본격적인 후보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선거구획정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에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허용한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는 선거전이 시작되었고,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당 공천경합과 본선에서 여야후보의 가정아래 우열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정의 안정적 마무리와 정권재창출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들 것이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권 심판과 경제민주화를 내세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민의당은 양당구도를 혁파하는 제3의 정당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응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으로 벌어지는 한반도의 긴장상황은 선거에서도 긴박한 이슈로 안보상황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40여일 앞두고 벌어지는 여야 정당의 선거 전략과 민심의 동향을 진단하고 총선과정의 당내문제를 전망해 본다.

◆ 새누리당

▲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이한구 위원장(왼쪽), 황진하 부위원장(오른쪽) 및 위원들이 20대 총선의 격전지인 서울, 수도권부터 공천 면접을 시작,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 종로에 공천 신청한 오세훈(멀리있는 오른쪽부터), 박진, 김막걸리, 정인봉 예비후보를 심사하고 있다.
야권분열 낙관 속에 계파 공천 갈등
김무성-이한구 힘겨루기 공천 후유증 예고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일찍부터 상향식 공천 원칙을 표명하고 이에 맞는 공천의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전 지역 상향식 공천을 실시할 수 없는 지역여건과 현역의원 교체를 전제로 전략공천 방식이 병행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근을 중심으로 한 친박과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간의 힘겨루기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선임된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이 당헌 당규를 확대해석하여 공천관리를 넘어 후보자격 심사에 중점을 두겠다고 하는데 대하여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 윈칙에 따라 공관위는 단순한 관리만 하면 된다고 함으로써 친박-비박계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으로만 추진한다면 현역의원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신인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기 때문에 현역의원도 사전에 철저한 자격심사를 거쳐 그 기준에 따라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이한구 공관 위원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원칙이 명분상 앞서고 있지만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최악인 상태에서 국민 대다수가 현역 교체를 바라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현 국회를 질타하면서 현역의원 교체를 암시하는 입장이어서 상향식 공천에 상당한 변형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일단 현역을 포함한 후보 자격심사(면접)가 실시되고 있어 여기서 상당수의 현역이 떨어져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상향식 공천에서 현역의원이 유리한 공천경쟁에 나가기 전에 공관위에서 기준을 설정하고 가려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제시한 기준에는 의정활동과 비인기 정도는 객관적인 수치로서 평가할 수 것이나, 예를 들어 ‘양반집 도련님’ 같은 평가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잣대이어서 공관위원들의 자의성이 개재될 소지가 있다.

또 하나 상향식 공천 경선의 문제점은 일반인 여론조사+당원 여론 조사에서 당에서 마련한 당원명단에 하자(거주지 불명, 유령당원 등)가 나타나고 ‘안심번호’라는 것도 비용에 비해 부실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상향식 공천이 자칫 불공정-부실이 드러나 탈락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든 의욕적으로 마련한 상향식 공천과 부분적 전략공천이 보완될 공천결과가 최소한의 후유증으로 마무리 된다면, 새누리당은 최소 과반의석에 최대 개헌선(200석 이상)을 목표로 총선에 들어갈 것이다. 이번 총선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마무리와 김무성 대표의 성공적인 당 운영으로 대선 도전의 바탕이 된다는 의미에서 친박-비박이 공천과정에서 갈등을 보이고 있지만 양측 모두 본격적인 선거에서는 목표달성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 간에 오갔다는 공천 물랄이 대상 40여명 명단에 대한 진위여부는 공천과정에 큰 악재로 등장했으며, 이는 김무성 대표의 운신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만약 이 문건의 실체나 유포과정이 밝혀졌을 때 김 대표의 입장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거듭되는 후보공천 자격기준 설정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관위원장의 현역의원 물갈이 당위성 주장의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직선적인 반대를 하기도 어렵고 현역의원 교체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여론도 김 대표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 29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2층 강당에서 제20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국민께 열린 공천심사가 열리고 있다
김종인-문재인의 갈등과 역할 분담
100석 이상이 성공 목표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탈당러시로 당이 양분 직전에 문재인 대표가 지도부 일선에서 물러나고 김종인 선대-비대위 체제를 내세워 야권의 주류정당으로 총선에 임하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선거에서 최소한 100석 이상, 최대 목표는 과반수까지로 잡고 임전태세를 갖추어 가고 있다.

더민주는 기존의 진보진영에다 김종인 대표의 중도 층 공략으로 외연을 확대하여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선거구도 상 야권의 분열로 이루어진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서 여당 지지표를 견인하기 보다는 야당 표를 나누어 가지는 구도에서 과반수 목표는 불가능해 보이고 10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도 힘겨운 상태다.

특히 야권의 텃밭인 호남지역이 국민의당 쪽에 기울어져 있고 수도권 또한 호남민심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국적 선거연합은 아니더라도 수도권에서 부분적 선거연대로 야권표의 분산을 막는다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막판에 야권 표를 모으기 위해 국민의당과는 물론 정의당 등 군소정당과의 상생 연대를 한다고 하면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더민주가 당의 체질을 바꾸는 차원에서 대폭적인 현역 물갈이를 통한 개혁공천을 한다면 더민주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영역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도 보인다. 다른 정당에 앞서 10명의 현역의원에 대한 공천배제 명단을 발표하고 곧바로 강성파를 상징하는 강기정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면서 앞으로 당의 체질을 바꾼다는 의미의 현역 교체를 한다면 선거판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엔 김종인 대표의 의지와 더불어 홍창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의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친노-운동권 주류로 되어있는 당의 주력을 대폭 교체하는데는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의 상당한 의견충돌이 예상되지만 문 전 대표 또한 선거의 승리가 있어야만 자신이 노리는 대선의 발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김종인 식 개혁공천을 막지는 않을 것이다. 더민주가 강 의원에 이어 국민의 눈높이에 벗어나는 강성-막말-종북성 현역을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후보로 내 세운다면 총선 최대 목표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해볼 수 있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을 고집하여 대다수 현역이 재 공천되고 국민의당이 신당의 취약성 때문에 구 정치 후보를 내세운다고 할 때 더민주의 과감한 개혁공천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

이번 선거가 불가피하게 안보이슈를 외면할 수 없는 정국에서 더민주가 당의 체질을 바꿔가는 과정으로 김대중-노무현의 교조화 된 대북 햇볕 포용정책을 어느 정도 지속-수정하느냐가 선거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김종인 대표의 햇볕정책 수정 불가피론에 당내의 반발이 나오고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선거에서 큰 걸림돌이 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현실적으로 대북 햇볕정책은 쓸 수가 없고, 수권정당을 꿈꾸는 정당으로서 이를 고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23일 저녁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한데 대해 더민주가 원내 전략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합법적 의사방해)을 1주일 동안 벌이고 있는데 대하여도 김종인 대표는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토론을 벌이는 의원을 적극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필리버스터가 야당의 선거전략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 개별적 토론에 나서는 의원들은 장시간 토론(국회방송 생중계)을 통해 자신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국민의당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신당 안철수 리더십 허약성 노출
호남정당 벗어나는 것이 최대과제

총선에서 제3당으로 어느 정도 기틀을 마련한 국민의당은 한때 ‘안철수의 새정치’로 국민적 기대를 모았으나 이제는 ‘새정치’ 보다는 호남을 중심으로 제3당으로 살아남느냐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미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에 실패하고 새로운 인물영입에서 획기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양당 구도에 충격을 가할만한 힘이 떨어져가고 있다.

국민의당이 한때 야권을 넘어 제3정당으로 새누리당을 위협할 것으로 보이던 기세는 거의 꺾여가고 현재로선 총선에서 최대 목표 50석, 최소 10석 정도로 까지 보고 있다. 현재로선 국민의당이 광주-전남-전북을 넘어 중부 수도권으로 얼마나 진출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사실상 신당의 상징인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도력이 한계에 부딪쳐 있고, 천정배 공동 대표나 정동영 전 의원이 가세했지만 호남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갖기엔 역부족이다. 그리고 당의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한상진-이상돈 교수의 참신한 역할도 크게 보이지 않고, 정치적 경륜을 가진 윤여준 창당준비위원장이 물러나 있고 김한길 공동 선대위원장의 활동도 부각되지 않는 가운데 안 대표와의 갈등설까지 나돌고 있다.

국민의당도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려면 구 정치에 물든 후보보다 새로운 인물로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내세워야만 각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위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현역보다 새로운 인물공천이 신당에 한가닥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천의 관리 심사를 맡고 있는 전윤철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 국민의당의 운명은 새 인물 영입과 양당과 다른 새로운 메시지에 달려 있다. 또한 안보정국에서 안철수 대표가 그동안 누누이 주장해온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선언에 따르는 안보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북핵과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 한쪽에선 더민주 보다 더 좌쪽으로 가는 경향을 보여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대표의 태도가 애매할 때가 많다. 안 대표는 한 사람의 공동대표가 아니라 사실상의 당 오너로서 하나의 지역구 의석이 아니라 차기 대선후보로서 그의 언행은 무겁게 취급될 수 밖에 없다. 안철수의 리더십이 국민의당의 운명이고 총선 승패의 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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