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국민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4월 총선에서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며 야권 통합을 제의했다.

김 대표의 제의는 더민주에서 갈라져 나온 국민의당을 겨냥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다시 불거지는 야권 연대론이 국민에게는 혼란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시점에서의 야권 연대는 지향이 전혀 다른 두 정당이 다만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선거전략적·정치공학적으로 야합하는 구태정치의 재연에 불과할 따름이다.

정당은 동일한 정치적 신념과 국가운영 철학을 가진 세력이 국민의 의사를 형성하고 선거를 통해 나라를 책임 있게 이끌어가기 위해 조직된 결사체다. 정당과 정당의 연대나 통합은 가치와 정책의 조율이 전제되어야 하고 각 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상당한 승인을 조건으로 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이른바 패권적 친(親)노무현계와 낡은 운동권 진보세력으로는 당장의 총선뿐 아니라 내년 대선 승리도 요원하다는 판단에 동의한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창당한 정당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분당 이후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다.

김종인 대표의 연대 제의에 대해 국민의당에서는 "응해야 한다"는 쪽이 다수라 한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겠다"던 국민의당이 창당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연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작태이자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당이 그동안 외쳐왔던 '기존 정당과는 다른 개혁정치'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더민주에 들어간 이후 줄곧 통합은 물론 야권 연대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연대나 통합은 결단코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그러던 두 당이 쉽게 분당(分黨)도 되고 합당 또는 연대도 된다면 이는 이들 두 정당이 책임정치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증좌다.

선거 때만 되면 당 이름을 바꾸거나 분당했다 다시 통합하는 행태는 정도(正道)가 아니다. 근래에만 2012년 19대 총선 때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가 합당해 민주통합당을 만들고,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통해 이 당에 13석을 몰아줘 '종북(從北) 숙주' 소리까지 들었다. 그때도 정권을 심판하고 단결해서 1당을 찾아오자는 명분은 똑같았다. 2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대표 측이 합당할 때도 그랬다.

만에 하나 연대나 통합을 피할 수 없다면 더민주가 지켜야 할 일이 있다. 제3당 출현의 원인이 됐던 친노 패권주의 및 운동권 세력과 그 문화를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진영논리와 극단주의를 양산한 운동권 문화의 종식은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정치교체로서, 이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하다. ‘김종인 야권 연대론’은 과거 문재인식 ‘묻지 마 야권 단일화’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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