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의원의 시정잡배 수준 호가호위, 대통령 탓 크다

【의회신문】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이라는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27일 누군가와의 통화에서 “김무성이 죽여 버려, 이 새끼.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새끼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려야 한다고…. 내일 공략해야 돼”라는 조폭 수준의 막말을 쏟아낸 녹음이 공개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일개 의원이 ‘친박 핵심’이라는 완장을 얻어 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원들의 투표로 뽑힌 당 대표를 “그런 새끼부터 먼저 솎아내라,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 버려라”라는 식으로 거침없이 위세를 부린 사례가 헌정사상 또 있었던가?

정치인 자질 문제를 넘어 집권세력의 도덕성,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비열한 권력투쟁의 음습한 실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런 모습을 접하는 국민은 실로 참담하고,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쥐어준 것이 늦게나마 후회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친박의 위세가 얼마나 드센지, 당 대표를 비롯한 공식 기구는 얼마나 허수아비가 되어 있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권력에 의해 당 대표까지 공천에서 떨어뜨릴 수 있는 게 새누리당의 현실이라면 지금 진행되는 새누리당의 공천심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라고 믿기는 어렵다.

새누리당 친박⋅비박의 진흙탕 싸움은 더 이상 참고 봐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친박 핵심 의원이 “유승민은 반드시 죽인다”며 공천개입 의지를 밝힌 게 공개됐고, 60여개 선거구의 예비후보 지지도가 기록된 문건이 일부 조작된 채 유포된 사실도 적발됐다. 이제는 친박 실세 의원이 당 대표를 죽이겠다는 상황까지 왔다.

당에서 이런 행태가 벌어지는 데엔 박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박 대통령이 직접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을 챙기며 자신의 눈 밖에 난 인사들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 하다 보니 결국 이런 사달이 나고 만 것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당 공천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부른다며 박 대통령의 총애를 과시해온 윤상현 의원은 자기과시욕이 유난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당 내에서는 ‘대통령 호위무사’ 또는 ‘친박계 행동대장’을 자처한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연설하고 나가는 대통령 뒤에서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소리치면서 대통령을 돌려세워 손을 잡아주도록 연출하는 등 국회를 희화화시키기도 했다.

윤 의원의 평소 안하무인적인 위세로 인해 시중에서는 그를 왕조시대 여왕의 총애를 받는 ‘내시’, 심지어는 박정희 대통령 때의 ‘차지철 경호실장’과 비슷한 인물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윤 의원은 이번 사태를 반성하고 스스로 근신할 인물이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이 당 수습을 위해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단으로 호가호위를 일삼아온 윤상현 의원을 정계 은퇴시켜야 한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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