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중에 없는 새누리당 오만하다"여론 들끓어
친박 최고위원들 되레 "김 대표와 같이 못가겠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회신문】"새누리당이 사당(私黨)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시중에는 이번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 결과를 두고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사천(私薦)"이라느니, "공천(公薦)이 아니라 박천(朴薦)"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했거나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컷오프(공천 배제)되었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은 한마디로 박 대통령에게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 제거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남은 후반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강력한 국정 운영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는 물론이고 여권 내의 일사불란한 결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아예 여당을 혼연일체, 호흡이 맞는 '친박당(親朴黨)'으로 마들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퇴임 후를 보장받기 위한 내각제나 이원집정제 개헌 추진 및 이에 따른 '일본식 장기 집권'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차원, 혹은 친박 중심의 정권 재창출 차원에서 이런 무리수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금 친박 사이에서는 비박 배제로 지역구 몇 석 정도 잃어도 상관없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최악의 경우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선거에서 지더라도 비박계만 쳐내면 감수하겠다는 식의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국정보다는 정파 이익이 우선이라는 발상이다.

친박계 최고 위원들은 이 같은 파행적 횡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김무성 당 대표를 향해 되레 "김 대표와 같이 못가겠다"고 성토를 하고 나섰다. "김무성 몰아내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염치와 이성을 잃은, 국민은 아예 눈에 뵈지 않은 듯한 막가파 식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번 공천에 따른 새누리당의 분란은 콩가루 집안 같은 추한 모습을 노정했다. 보수의 가치를 소중하게 신뢰하는 많은 국민은 보수 집권여당의 이 같은 볼썽사나운 행태에 절망감과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여당의 '친박 일색'을 요구한다면 이는 '체크 앤 밸런스(견제와 균형)'를 생명으로 하는 3권 분립 정신과 국회·정당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5일 당사에서 공천 발표를 하던 중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 지역구 공천 확정자 중 58%가 친박 성향 인사

현재 공천이 확정된 지역구 후보자 149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87명(58.4%)이 친박 성향 인사다. 비박계 후보는 47명, 성향을 따지기 어려운 관료·전문가 출신이 15명이다. 재공천된 65명의 현역 의원 가운데 친박계가 32명, 비박계는 28명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5일 밤 비박계 의원 7명을 정리하는 공천안을 전격 발표했다. 지역구 기준으론 26곳에 대한 공천심사 결과였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2곳에서 경선 없이 후보를 내리꽂는 하향식 공천이 이뤄졌다.

진박 후보들은 뚜렷한 이유 없이 단수공천이 주어졌다. 텃밭 대구에서 인증샷 퍼포먼스를 하며 '진박' 행세를 한 정종섭(대구 동구갑) 전 안전행정부 장관, 마포갑에서 강승규 전 의원에게 고전해 온 안대희 전 대법관, 대구 달성의 추경호, 성납 분당갑의 권혁세, 분당을의 전하진, 서울 송파을의 유영하 의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단수추천제(9곳), 여성·장애인 우선추천제(3곳)란 이름으로 내려진 결정이라지만, '전략공천의 부활'이란 평가가 나왔다. 전략공천은 현재의 당헌·당규에서 사라진 제도다. 한 비박계 의원은 "원칙과 기준 없이 마구잡이로 비박계들을 날린 학살"이라고 했다.

경선에서 배제된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공당(公黨)을 개인(박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1인 지배 정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구(성남 분당을)가 단독추천 지역으로 결정돼 탈락한 친이(친이명박)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새누리당이 사당(私黨)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초토화됐다. 조해진·이종훈(성남 분당갑)·류성걸(대구 동구갑)·김희국(대구 중남구)·권은희(대구 북구갑) 의원이 경선도 없이 줄줄이 축출됐고, 험지에서 다섯 번씩이나 당선돼 원내대표를 두 번 지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 등 친이계도 대부분 공천에서 배제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 청와대의 국민·기초연금 연계 결정에 항의해 자진사퇴함으로써 괘씸죄를 저지른 진영(서울 용산·3선) 의원도 탈락했다. 이재오 의원과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 다수가 배제된 것 또한 정치보복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 새누리당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유승민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이 뉴스 보도를 지켜보고 있다.
◇ 공관위는 명확한 공천기준 공개 안 해

여당 초강세 지역인 서울 송파을에서 단수 추천된 원박 유영하 후보는 지난달 17~20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6.6%의 지지율(3위권)을 기록했다. 반면에 낙천한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은 28.3%였다.

김무성 대표는 16일 공천관리위원회의 전날 공천 결과와 관련, 단수추천 7개 지역과 우선추천 1개 지역의 의결을 보류했다. 또 컷오프 당한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에 대해선 재의를 요구했다. 당헌·당규에 위배되고 국민공천제 취지에 반하는 전략공천 성격이 짙다는 이유다. 여론조사에서 2등도 아닌 하위 후보에게 단수추천이 돌아간 지역이 있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공천위가 친이계 이재오 의원을 낙천시킨데 대해서도 "당에서 다섯 번씩이나 공천을 받았고 원내대표를 두 번 한 사람을 이제 와서 정체성이 맞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공천위가 결정한 단수추천지역 7곳은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국민공천제에 반하는 전략공천"이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즉각 주호영 의원 컷오프 재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김 대표에 맞섰다.

2014년 7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을 누르고 당 대표가 됐었다. 지난해 2월엔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가 됐다. 당시 경선엔 새누리당 의원 149명이 참석해 유 의원은 84표, 이 의원이 65표를 얻었다. 그러나 유 의원은 대통령 눈 밖에 나 원내대표에서 물러났고 지금은 공천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김무성 대표의 앞길도 평탄치만은 않다.

◇ 진흙탕 싸움된 공천으로 새누리당 분당 상태

박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지 않으려면 야당의 협조는 물론이고 여권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더 얻어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정치 보복 공천으로 분열의 골이 깊게 파이고 말았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지난 40여 일 동안 공천 부적격자 기준을 공개한 적이 없다. 면접심사도 1인당 3~5분씩 진행했을 뿐이다. 당 내에선 "공천의 판단 근거는 당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뿐" 이란 얘기가 돌았지만, 공천위는 그나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의 친박 몰아내기 공천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특정 계파) 입맛에 맞춰 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결국 누구를 선택할지는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20대 국회가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그런 의원들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지금 걱정이 되고, 보수정당의 끝없는 타락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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