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갑 정종섭 등 5개 지역 후보 출마 불가능
여(與) 선거전략 비상, 청와대와 진박진영 패닉상태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TV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의회신문=정행산 주필】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막판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대표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회 의결이 보류된 5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최종 의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 시간부터 후보 등록이 끝나는 25일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 지역에 새누리당 후보를 공식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이 길이 우리 새누리당이 국민의 믿음을 다시 얻어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저에게 쏟아지는 어떤 비난과 비판의 무거운 짐도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당헌당규와 국민공천제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수차례 이견을 제시했으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며 밀어붙였다.

김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 의결이 보류된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한 것은 막판 대반격의 의미가 크다. 공천관리위원회가 당헌 당규를 무시한 채 단수공천을 밀어붙임으로써 막판까지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 공천자들을 당 대표의 직권으로 의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지역은 새누리당의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된다. 무공천 지역이 되면 이들 지역에선 새누리당의 공식 후보가 없게 된다. 따라서 서울 은평구을 유재길⋅송파구을 유영하, 대구 동구갑 정종섭·동구을 이재만, 경북 달성군 추경호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자로서의 자격을 잃게 된다.

정종섭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은 내각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고, 검사 출신인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박근혜 당 대표 시절 법률특보를 지낸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진박 또는 골수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최종 의결 보이콧 상태가 이어질 경우 공천에서 배제되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서울 은평을)⋅류성걸(대구 동구갑)·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 등은 새누리당 후보 없이 무소속으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

반면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출마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나 정종섭 전 장관 등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이 확정된 5개 지역의 후보들은 4·13총선에서 출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들 5개 지역의 공천자들이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등록하려면 등록신청서를 25일 18시까지 선거구 관할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때 추천 정당의 당인(黨印)과 당대표 직인이 날인된 추천서 등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해야 한다(공직선거법 제49조 2항). 당인과 당 대표의 직인이 없는 공천장은 무효다.

옥새투쟁이라는 말은 김 대표가 이들 5개 지역의 공천자들 추천서에 당인과 당대표 직인을 찍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독단적 횡포를 더 이상 참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마음먹은 김 대표가 이들 5개 지역의 공천자들 추천서에 당인과 당대표 직인을 찍어주지 않으면 새누리당 공천자로 입후보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주호영 의원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이 이인선 전 경북 경제부지사를 단순 후보로 추천한 새누리당의 공천 효력을 일시 정지한 대구 수성을의 여성 우선추천 후보 등록도 최고위 추인이 불가능해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은 6개 선거구로 늘어나게 된다.

김 대표가 이날 5개 선거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들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된 공천자들은 무소속 출마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려면 지난 23일 자정까지 탈당계를 제출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 5개 지역 공천자들은 새누리당을 탈당하지 않았고, 탈당시한인 23일은 이미 지나갔다. 유승민 의원이나 이재오 의원 등이 23일 오후 11시를 전후해 일제히 탈당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최고위가 아닌 당 대표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발표 전에 최고위원들과 상의하는 게 예의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을 최고위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 한 후 대표 직인을 가지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렸다. 이렇게 되자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급거 부산으로 달려가 심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다음날(25일) 오후 2시에 당사에서 정상적으로 당무를 볼 것이라고 말했으나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요구한 최고위 소집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공천 보류지역 5곳에 대한 무공천 방침에도 변화가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파국을 막기 위해 어떤 방식이든 수습의 방법을 찾겠지만, 그 수습 방안이 어떤 것일지, 봉합 후의 새누리당 판도는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부산 영도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다.
<다음은 김무성 대표 발표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먼저 새누리당 공천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정말 죄송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저희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을 맞아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상향식 국민공천제를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 국민과 지역 주민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국민과 당원의 뜻을 담아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드리는 것이 정치혁신이고, 우리 정치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천 결과 전국 253개 지역구 가운데 단독신청지역 등을 제외한 경선 가능한 지역이 192개 지역이었고, 1⋅2위 간 격차가 많은 지역과 취약지역 등을 제외하면 꼭 경선을 해야 하는 지역이 161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선은 141곳에서 치러지면서 국민에게 약속드린 100% 국민공천제가 관철되지 못했습니다.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당 대표로서 부끄럽고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를 드립니다.

공천과정에서 당헌 당규에 따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갔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 수없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공천과정에서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하고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사랑하는 동지들이 당과 멀어졌습니다. 국민공천제를 통해 그렇게 막고자 했던 ‘탈당과 당내 분열’이 되풀이됐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면서, 당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당을 억울하게 떠나는 동지들이 남긴 “이건 정의가 아니고, 민주주의가 아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공천, 사천(私薦), 밀실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씀이 제 가슴에 비수로 꽂힙니다. 당의 공천행위가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20대 총선에는 “국민들의 분노와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치혁신을 이루겠다”고 국민들께 수없이 약속했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모든 판단과 결정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당을 위해 선거 불출마도 결행했고, 당의 단합을 위해 개인적인 수모도 감수했습니다. 이번 공천과정을 보면서 저는 다시 한 번 “어떤 길이 진정 우리 새누리당을 위한 길인가”라며 수없이 고뇌했습니다. 우리 당을 ‘살아있는 정당, 건강하고 활기찬 정당’으로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많은 분들에게 묻고,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헌 당규를 지키고 올바르게 적용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일관되게 당헌 당규에 어긋난 공천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왔습니다. 저는 현재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구갑⋅동구을, 달성군 등 최고위 의결이 보류된 5곳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의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후보 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겠습니다. 의결이 보류된 5곳에 대해서는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습니다.

저는 이 길이 우리 새누리당이 국민의 믿음을 다시 얻어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이 국민과 당원동지들이 저에게 맡기고 내리신 무거운 명령을 받드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 길이 우리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저에게 쏟아지는 어떤 비난과 비판의 무거운 짐도 감수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주시고, 우리 새누리당에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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