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논설실장
【의회신문】문제는 경제냐, 정치냐, 아니면 국회냐를 놓고 다퉜던 20대 총선에서 여당은 40%만 넘는 의석으로 참패했다. 3가지 모두 심각한 문제였다. 19대 국회는 놀고먹으며 국정을 외면했지만 총선의 피해는 이를 방조한 집권당이 옴팍 뒤집어썼다.

그럼 국정 비협조 현상이 쉽게 가실까. 정부와 여당의 실패가 야당의 승리라는 제로섬 착각이 길수록 국정은 비틀거릴 것이다. 국회의 과반수로도 할 수 없었던 정부의 개혁과제들은 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여소야대의 한국이 구조개혁을 못하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럴 경우 피해는 19대의 무능을 계승한 국회를 고른 유권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투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회법 60% 의결 조항이 무기인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와 신뢰도 5%라는 역대 최악 국회를 국민이 심판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정 방해보다 ‘대졸 백수 334만 명’ 현실이 젊은 세대를 총선 최초의 사전투표장으로 끌어들였다. 자중지란의 ‘웰빙’ 여당에 절망한 50~60대 콘크리트 지지층은 투표장에 냉담했다. 주(住)의 문제에 격노한 광풍이 휩쓸었다. 2년 새 몇 억 씩 치솟은 전세금 광란에 수도권 무주택자들은 집권당에 이를 갈며 기다렸다. 예비된 철퇴였다. 야당이 4년을 허송하다가 차출한 김종인의 경제심판론이 먹힌 게 아니다. 세계경제가 제로 금리까지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선 판국이니 우리나라 경제만 독불장군으로 잘 나갈 수 없음은 김종인이 더 잘 안다. 우리가 선발주자에게 안겼던 조선·철강업의 고통은 그대로 경쟁력을 잃은 우리 차례가 되었고 불황업종의 대표가 됐다.

거대한 구조조정에 야권이 협조할까? 분노한 유권자가 야권을 다수당으로 만들었다고 민생과 경제가 쉽게 풀릴 수 없다. 민생을 내건 국민의당이 야권 공조 첫 의안을 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와 세월호조사위 연장으로 정한 것부터 암운이다. 이는 세월호에 지친 안산에서 새누리당이 전부 당선된 민심을 외면하는 정쟁의 잣대다.

이런 자세는 정쟁에 지쳐 제3의 길을 선택한 지지자들을 실망시킨다. 18대 대선에서 철수한 안철수 지지자들은 우파에 3분의1, 좌파에 3분의2 가량 갔다고 한다. 국민의당 정당 득표율 27%는 양대 정당을 잠식한 것이다. 19대와 20대 총선을 견주면 정당득표율은 새누리 42.80%에서 33.50%, 더민주(구민통당) 36.45%에서 25.54%로 줄었다.

안보는 모든 것의 기본인데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위기를 조성해도 여당조차 총선에서 이를 이슈화하지 않았다. 야권은 벌써 테러방지법, 국정원법, 개성공단지원특별법 등을 손보려 한다. 안보 가치를 지켜야 할 새누리당은 지리멸렬이다. 국가정체성 수호는커녕 방향감각을 잃은 고급 월급쟁이 같다. 여당이 종북 통진당의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을 불러온 박 정부의 국가안보 철학을 잊고 길을 헤매며 짝퉁 야당 노릇을 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애국 보수층은 아이콘을 잃는다,

여당이 ‘증세 없는 복지’ 등 대통령 공약을 부정하고 일자리 창출법은 등한히 하며 매년 800억 원이 들어가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법을 통과시켜준 ‘유승민 걸림돌’을 낙천시키는 것은 당연했다. 3월 리얼미터의 ‘유승민 여권 대선주자 2위’라는 조사결과는 새누리당 지지층 3%와 더민주 지지층 29%가 그를 고른 역선택이었다. 언론은 갈등의 본질은 탐구하지 않고 침소봉대해 그를 영웅시했고 탈당한 그를 살리려는 김무성 당대표가 자당 공천장에 찍을 직인을 들고 튀자 ‘신의 한수’(동아일보)라고 격찬했다. 여당은 이 ‘악마의 한수’로 선거를 더 망쳤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거대한 제동장치를 만들어줬다. 광주, 전남북에서 이번 총선 새누리 정당지지율은 2~7%로 정의당 5~8%보다도 낮은 꼴찌였다,

국민들은 야권이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을 돕는지, 정쟁에 매몰돼 역주행 하는지 주시할 것이다. 양대 기득권 노총과 공생관계인 야당이 밥그릇을 나누려는 노동개혁을 도와 청년 고용난을 풀 수 있을지, 서비스 발전법과 산업 구조조정에 협조할지. 무주택자를 괴롭히는 전월세 광란에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다. 야당이 고치려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그들이 그렇게 욕하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민생 입법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원장은 전두환 총재 하의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다.

안보와 경제 부흥은 국가의 최고 아젠다다. 이를 소홀히 하여 국민들의 수심을 깊게 하면 내년 12월20일 19대 대선에서 각오해야 한다. 야권은 의석수 증가에 교만해진 듯 벌써 결선투표 도입 등 대통령의 레임덕을 유발할 사안에 촐싹댄다. 한참 먼 게임의 룰보다 긴요한 것이 목전에 놓인 국민 삶의 개선과 북핵 미사일 위협에 맞설 국가안보다. 대선의 민심은 여기에 매진하는 정당은 표를 줘 정권을 창출케 하고 역주행하는 정당은 바람처럼 냉혹하게 날려버릴 것이다. 19대 국회의 실패를 반복하지 마라. 이 나라에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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