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박계’들은 이 나라의 시장경제와 자유주의⋅정당민주주의라는 보수적 가치에 큰 상체기를 남긴 엽기적이고 드믄 인물들로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지금 박 대통령과 친박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이자 오늘의 ‘번영된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소중하게 추억하고 있는 많은 국민은 ‘그분의 딸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를 닮아 대한민국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박근혜 정권 3년도 넘기지 못하고 실망으로 바뀌었다. 내⋅외치의 적잖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편협성과 오기, 적대적인 편 가르기와 국민을 얕보는 오만이 많은 국민을 넌더리나게 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나라를 가장 진실하게 사랑한다는 나르시즘(narcissism⋅自己愛)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독선은 대단히 위험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대들거나 고분고분하지 않는, 또는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당내 인사들은 ‘진실하지 못한 사람’이라며 아예 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으로 분류되는 ‘당 대표’까지도 끌어내려졌고,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원내대표는 쫓겨났다. 대통령은 자신의 눈 밖에 난 인사들은 모조리 정계에서 축출해버리려 했다.

전위(前衛) 돌격대로 동원된 친박이라는 ‘완장 찬 충신’들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어 국민이야 뭐라든 상관없다는 듯이 방자하게 날뛰었고, 그 결과 새누리당은 준엄한 국민적 심판을 받아 과반수는커녕 원내 2당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반성은커녕 사과 한 마디 없고, 친박은 여전히 오불관언, 당헌ㆍ당규와 임시지도부의 권위를 무시한 채 다수의 힘으로 당을 좌지우지하려 하는 후안무치를 갈수록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친박은 이제 비박계를 향해 ‘나갈 테면 나가라’고 압박까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새누리당은 지금 정당의 기본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이며 쇄신은커녕 지도부 구성도 못 하고 사실상 뇌사상태에 들어갔다. 밥그릇 싸움을 넘어서는 가치와 이념의 정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더 본질적인 문제다. 몰가치적인 정치공학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새누리당은 아무리 봐도 개전(改悛)이나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난장판이 되어 표류하고 있는 정당에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으로는 정상적인 국정이 더 이상 어려워 보인다. 패거리 이익과 보스의 마음만 헤아리는 붕당은 반헌법적 사당(私黨)에 불과하다.

지금은 새누리당이 더 이상 무너질 것도 없는, 수명을 다한 정당이라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할 때다. 따라서 비박계는 집권당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포기한 채 표류하고 있는 공중분해 직전의 반헌법적 사당(私黨)에서 탈출,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해야 한다. 그것만이 국가의 혼란을 그나마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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