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우리 국회는 지난 30년 동안 법정 시한 내에 원 구성을 마쳐 제때에 정상적으로 임기를 시작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명색이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라는 국회가 밥그릇 싸움 하느라 법을 예사로 어기면서 파행을 되풀이해온 행태가 관행이 돼 있는 것이다. 원 구성이 늦어지면 그만큼 국정 공백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직후 여야 3당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20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이 ‘반드시 법정시한 내에 원 구성을 마치도록’ 굳게 합의한 바 있다. 임기 개시와 원 구성 시한의 불일치도 비합리적이지만 원 구성을 하지 못해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엄청나게 많은 세비를 꼬박꼬박 타 간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30년 버릇’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 여야 3당이 진행 중인 국회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선출 협상은 각 당의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힘겨루기만 반복될 뿐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야 3당은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법사위원장⋅예산결산특위위원장의 배분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원내 2당이 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인 더민주에 국회의장을 양보하겠다던 입장을 바꿨다. 더민주는 국회의장은 물론 3개 핵심 상임위 중 최소한 한 위원회의 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원내 1, 2당이 나눠 갖는 게 합당하다던 입장에서 야당이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각 당 나름대로 국회의장과 부의장, 핵심 상임위 확보의 명분과 속셈이 있겠지만 국민 눈에는 그저 밥그릇 싸움에 감투싸움으로 비칠 뿐이어서 20대 국회 역시 또다시 원 구성 법정 시한을 넘기는 구태정치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9일까지 본회의를 개최해 18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마쳐 원 구성을 해야 한다. 지금 나라 사정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실업대책, 북핵 위기, 수출 부진과 이에 따른 산업생산 감소, 경상수지 하락 등 전반적인 악재에 휩싸여 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가운데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가구당 월 소득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총체적 경제위기가 밀려오고 있는 비상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할 일이 쌓여 있는 국회가 원 구성조차 제때에 하지 못해 공전을 거듭하게 되면 그만큼 국정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20대 국회 역시 역대 최악이었던 19대 국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법정 시한 내에 원 구성 협상을 원만히 타결하기 위해서는 여야 3당이 열린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20대 국회부터는 원 구성의 법정 시한을 어기는 30년의 그릇된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여야가 타협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