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방자 여사 작품전 <사진제공=고궁박물관>
【의회신문】 "내게는 두 개의 조국이 있다. 하나는 나를 낳아준 곳이고, 하나는 나에게 삶의 혼을 넣어주고 내가 묻힐 곳이다. 내 남편이 묻혀있고 내가 묻혀야 할 조국, 이 땅을 나는 나의 조국으로 생각한다."

일본 황족으로 태어나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가 된 이방자 여사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7일부터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H는 '이방자 여사 작품전'을 펼친다.

10여년 이상을 거쳐 컬렉션 한 정하근 개인 소장품으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이방자 여사의 칠보, 서예, 수예, 자기, 그림 등 사회복지 활동을 위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이다. 정갈하고 소박하게 담담히 그려낸 작품들은 그 동안의 내적인 힘을 발휘하는 듯 정신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 '남녀 칠보 혼례복'은 이방자 여사의 대표작으로서 혼례복에 들어간 모든 문양 및 문자를 칠보로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수를 사용하나 칠보를 우리나라에 전파한 이방자 여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손수 만든 귀한 작품이다.

이방자 여사는 왕실 마지막 비였지만, 귀국 초 일본인이라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 이후 일본을 오가며 펼친 봉사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힘이 되었다. 기금 마련을 위해 칠보와 자기, 글씨, 그림 등을 그려 전시회도 열었으며, 하루 종일 일을 하여 20~30개의 반지, 브로치 액자 등을 만들어 바자회도 열고, 궁중의상 쇼도 열며 봉사사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문화장을 수상했다. 평생을 절약 습관과 붓글씨를 쓰며 남편사후 사회복지선구자로 복지재단을 세우고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비가 아닌 '복지의어머니'로 한국에서 일생을 바쳤다.

1989년 4월 30일 89세에 창덕궁 낙선재에서 식도정맥류로 생을 마감했다. 사후 장애자 시설 공적으로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일본황족에서 한국인으로의 일생을 남편 이은(영친왕)에 대한사랑, 두 조국에 대한 사랑의힘으로 이겨낸 이방자여사의 삶과 작품을 통해 한국 근대사와 한·일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다.

'國靜民康'(국정민강). '나라가 조용하면 국민이 건강하다'는 이방자 여사의 붓글씨가 의미있게 다가온다.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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