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중학생인 저도 연설문 혼자 썼습니다"

지난 3일 6만 여명 시민이 모였던 대전시 서구 둔산로(은하수네거리~시교육청네거리), 광장으로 변한 거리에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나라를 걱정했다.

학생들은 기말 시험을 앞둔 휴일이었지만 책상에 앉는 대신 광장으로, 무대 위로 나왔다.

참가자들은 논리적으로 현실을 분석했지만 때로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진지했지만 유쾌하게 주장을 펼쳐나갔다.

자유발언에 나선 김모(중1)군은 "어른들은 미숙한 중학생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 공부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오늘 시국대회에 참석했다. 연설문도 직접 썼다"고 말했다.

또다른 김모(고3)군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수 특정계층이 아닌 국민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배웠지만 맞는지 모르겠다. 배운 것이 부정됐다는 상실감이 크다"라며 "헌법 어긴 범법 대통령이 아직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모(고2)군도 "어른들은 '학생이 정치에 대해 뭘 아나. 공부나 하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인지 우리에게도 같은 말씀을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며 "이같은 무한반복을 끝내려며 학생들이 일어나야 한다. 공부만 하면 권력의 개, 생각없이 행동하는 대통령밖에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이런 자리에 참여할 수 있게 치명적인 원인을 제공해 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다음 세대에 대한민국이 아닌 박근혜'국'을 물려줄 수는 없다.", "지친 국민 손을 잡아준 것은 정치인이 아닌 옆에 있는 이름모를 국민이다. 여러분께 감사하다." 말로 청중들을 웃기기도, 들썩이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드러나지 않는 권력에 의해 휘둘리는 학교 회장을 둘러싼 일들로 풍자한 연극 '개와 닭'을 직접 만들어 공연해 박수를 받았다.

오후 5시부터는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하는 만민 공동회가 마련됐다.

시민 사이에 선 김씨는 "흔히들 충청도 사람은 느리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느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느리다는 것은 빠르지 않다는 의미지만 느긋하다는 것은 빠를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느긋한 성향은 사태를 관망하다 마지막에 결정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충청도가 결정하면 끝낼 수 있다"고 말문을 연 뒤 마이크를 시민들에게 넘겨 1시간 30분 동안 시민들의 이야기를 끄집어 냈다.

휴일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에는 2만 여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시국대회가 끝난 뒤에는 시가행진, 뒷풀이 집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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