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의회신문】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은 문학적이다.

아이슬란드라는 이색적인 배경도 문학적인 성격을 갖는데 한몫한다. 정어리 잡이 배를 타는 어부 하르데와 벙어리 숄 부부가 아이슬란드의 시골 바닷가에 극작가 그릭과 여배우 리브 부부가 잠시 살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네 사람이 서로를 욕망하면서 이들의 심리는 복잡해진다. 그릭은 숄의 신비스러움에 끌리고, 리브는 하르데의 젊음과 날 것의 매력에 끌린다. 하르데는 리브의 뇌사적인 면에 사로잡힌다. 그 가운데서 숄은 혼란스러워한다.

하르데의 숄에게 청혼하면서 시를 썼다. "인어가 울어. 바다는 그녀의 반을 빼앗아 갔네. 인어는 울고, 뱃사공은 은 웃어. (…) 인어의 눈물의 노를 저네.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아. 뱃사공은 노를 멈추네."

이 시도 갈등을 빚는데 한 축을 이룬다. 한 때 잘 나갔으나 영감을 잃어버린 그릭은 날 것의 매력이 넘치는 하르데의 시를 질투하고, 리브는 이 시의 영감이 된 숄의 눈을 부러워한다.

아이슬란드의 시골 마을이 재개발되면서 이야기는 급변한다. 도시 생활에 대한 욕망으로 불 타오르는 하르데는 이 곳을 떠나려 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숄은 이를 막는다. 극의 마지막, 극장으로 탈바꿈한 무대에서 배우는 하르데의 시를 읊는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이야기는 덕분에 시적이면서 현실적으로 2016년 현재에 맞게 변형된다. 거품으로 변하지 않고 계속 삶을 살아가는 인어공주를 상징하는 숄의 순수함은 개발과 욕망으로 점철되는 현실에서는 거품과 같다. 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쓸쓸한 한대의 피아노 연주는 순수를 외치는 공허한 울림이다.

▲ 연극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본을 90분짜리 극으로 압축하다 보니 종반부에서 비약이 생긴다. 그런데 이는 문학의 특징 중 하나인 은유를 더 머금게 한다. '헤다 가블러' '아버지' 등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절묘하게 다룬 중견 연출가 박정희의 노련미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극의 긴장감을 조여준다.

그릭 최광일·리브 이지하·하르데 신용진·숄 주인영 배우들의 호연이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덕분에 신진 작가의 작품은 펄떡거림을 얻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신작 발굴을 위해 진행하는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 연극 공연'의 개막작이다. 지난해 창작산실 대본공모 대상을 수상한 최연소 작가 서종현(26)이 대본을 썼다. 31일까지.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