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사람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창작진과 연출, 배우들이 모두 다 같이 고민을 하는 것이 좋았죠.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지는 좋은 예입니다."

'뮤지컬계 의리남'으로 통하는 김법래가 중극장 규모의 초연 창작뮤지컬 '더 언더독'(연출 유병은·제작 킹앤아이컴퍼니)으로 6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1년 대학로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 출연 이후 '삼총사' '잭더리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주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주역으로 나서며 스타덤에 올랐다. 창작뮤지컬은 대형인 '명성황후' 등에 나왔을 뿐이다.

김법래가 사람을 믿고 선택한 뮤지컬은 이 장르에서 이례적인 유기견을 소재로 삼았다. SBS 'TV 동물농장'의 '더 언더독'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이 약 4년 간 작품 개발과 대본 작업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반려견들이 유기견 보호소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그렸다.

▲ 김법래, 뮤지컬 '더 언더독'. (사진=스토리피 제공)
굵직한 목소리와 듬직한 체구로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뽐내는 김법래는 본인과 어울리는 군견 세퍼트 '중사'를 맡았다.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들의 리더로, 질서를 위해 혼자서 한동안 비밀스런 아픔을 감당하는 캐릭터다.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새로운 유기견이 보호소에 들어오고 기존에 이곳에 있던 한마리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는데, 사실 보호소 밖을 나가는 개는 죽음을 맞는다. 중사는 인간이 정해 놓은 이 법칙을 지키는 것이 개들을 위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정해진 법이고, 그래야 나머지 개들이 일단 사니까 중사는 홀로 아픔을 떠안는 거예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스러워하죠."

중사와 김법래는 많은 부분에서 겹쳐니다. "책임감이 강하고 잘못했을 때 스스로 자책을 하고, 힘들어도 티를 내지 않고 혼자 힘들어하는 부분이 비슷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일생에서 개와 함께 산 적이 없는 김법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버려지는 개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저희 뮤지컬에 나오는 여행 가방 안에 버려진 강아지는 실제 이야기에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말도 안 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 안타까운 건 뮤지컬이 단지 개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버림 받고, 누군가는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 참 닮았죠. 단지 유기견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아니에요. 우리 모습이 처절하게 반영된 작품입니다."

▲ 뮤지컬 '더 언더독'. (사진=스토리피 제공)
김법래는 '더 언더독' 같이 대중에게 알리기 힘든 창작 초연물에 대한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어느 곳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아요.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배우들인데 대형 라이선스 작품이 내기 힘든 정서를 갖고 있는 창작에도 힘을 써야죠."

올해로 데뷔 22주년을 맡은 김법래는 꾸준히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지난해 초 막을 내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남성적이면서도 순정파인 '제라드 버틀러'를 맡아 로맨틱함도 과시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간첩', 드라마 '트윅스' '트로트의 연인'에 출연하는 등 매체 연기에도 보폭을 넓혔다. 현재 MBC TV 드라마 '미씽나인'에 악역인 레전드 엔터테인먼트 부대표 '장도팔'을 맡아 호평 받고 있다.

뮤지컬 '삼총사'가 일본에 진출하며 뮤지컬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했던 김법래지만 여전히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팔려다니는 직업이고 실력을 통해 쓰임 받는 것이 당연해요. 제가 영화 드라마에서는 아직 신인이거든요. 더 알려져서 인기를 끈다면, 자연스레 '더 언더독' 같이 좋은 공연들이 더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해요." '더 언더독' 오는 2월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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