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군대 수은 주사'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참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소송을 제기한 김모씨는 군 제대를 석 달 앞둔 2004년 9월 군 의무대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이후 오른쪽 팔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김씨는 혈중 수은 농도가 체내 수은 농도 안전기준치(5 미만)를 넘는 120으로 측정됐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김씨는 군 시절 맞은 독감 주사를 원인으로 봤다. 당시 군 의무대는 수은이 들어있는 체온계와 혈압계를 사용했고 파손 사고가 자주 발생해 수은을 주사기에 따로 모아 뒀으나 관리가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2006년 처음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하고 보훈지청에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마저 '수은 적출 수술을 받아 더 이상 수은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국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김씨는 2015년 아주대학교 리걸클리닉(Legal Clinic)의 도움을 받아 다시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아주대 로스쿨 윤우일 교수의 지도로 김택빈, 가혜리, 김서영 학생이 참여했고 양승철 변호사가 소송을 수행했다. 학생들은 판례 및 기록 검토를 비롯한 재판 준비 과정의 전반에 함께 했다.

결국 김씨는 첫 소송 후 11년 만에 승소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류종명 판사는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김씨에게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승철 변호사는 "이번 소송에서 국가는 김씨가 2011년 보훈지청에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은 후 3년(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이 지나 소송을 냈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며 "시국사건이 아닌 일반 국가배상청구사건에서 법원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아주대 로스쿨 김택빈 학생은 "승소 소식을 듣고서 수년 간의 소송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의뢰인과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며 "함께 소송을 준비하며 보고 느낀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학업과 변호사 생활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아주대 리걸클리닉은 학생들이 소송·법률 상담 등을 진행해 실무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익 소송을 포함해 1년에 5~7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변호사 수임료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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