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기각을 믿으라. 믿으면 기각 나타난다"

▲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일대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의회신문】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탄핵반대단체가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14차 탄핵무효 애국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부당 탄핵, 국정농단 증거 조작 등을 비판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대규모 집회를 벌이는 데 반발하며 '태극기가 (박 대통령을) 지켜드리겠습니다'를 전면에 내걸었다. 헌법재판소(헌재)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심판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헌재 재판관을 비난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포근한 날씨속에 300만명(주최측 주장)의 참가자들은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 등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무효', '탄핵기각'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검은 빨갱이', '빨갱이들을 모조리 죽여야 한다', '이제 죽기 살기다', '70년을 살았는데 뭐가 두렵나' 등을 외치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은 "거짓말하고 헛된 짓을 한 특검 검사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법 앞에 설 것을 확신한다"는 말과 함께 개회를 선언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의병이 될 것을 모두 다짐했다"며 "만약 27일 심리를 종결하면 헌재 앞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고 말했다.

본집회에서는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들, 친박(친박근혜)계 국회의원 등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헌재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강일원 주심 재판관 등에 대한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변희재(43)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6·25 참전국이자 우방국인 미국의 국기를 드는 것이 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정미, 강일원 당신들은 헌정 질서를 탄핵하는 것. 당신들의 안위를 누구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72) 변호사는 "요즘 국회의원에 장관까지 나와서 무조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된다고 한다"며 "지금이 조선시대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는 우리가 노예냐"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기준이 좀 달라서, 변호사가 법정에서 법관들을 앞에서 예. 예. 소리만 해야 되고, 아닙니다 이런 소리는 못하는 것으로 돼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는 지금 조선시대에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2일 16차 변론기일에서 강 재판관에게 "국회의 수석대리인" "법관이 아니다" 등 이른바 막말변론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경남 출신의 판사 출신 법조계 원로로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고, 지난 16일 대리인단에 합류했다.

'촛불집회 폄훼·박 대통령 예수비유' 등으로 논란이 된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73) 변호사는 "탄핵 인용, 기각은 하느님만이 아신다. 그리고 하느님은 대한민국 위기 때마다 지켜주셨다"면서 "탄핵기각을 믿으세요. 믿으면 기각이 나타난다"고 호소했다.

친박계 핵심인 자유한국당 윤상현(55·인천 남구을) 의원은 "탄핵 사태의 본질은 야당과 좌파 세력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찬탈하기 위한 망국책동"이라며 "대통령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다시 살려 헌정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과 서울광장일대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을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기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자유한국당 김진태(52·강원 춘천) 의원은 "헌재는 처음에 촛불에 놀라서 인용하지 않으면 난리 나겠구나 싶었겠지만, 이제는 더 무서운 것이 생기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방법이 하나 있다. 헌재는 기각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이 탄핵소추는 처음부터 국회에서 엉터리로 된 것이기 때문에 각하하면 되는 것"이라며 "헌재는 탄핵을 각하하고, 국회는 책임을 지고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강일원 주심 재판관 죄목'이라고 적힌 팻말도 등장했다. 팻말에는 '불법 조작된 탄핵소추안 각하하지 않았다' '여야 5당은 탄핵심판 결정을 승복하기로 사전에 약속을 받았다' 등 4가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행동도 나타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고 있던 이모(68)씨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참가자들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하던 양모(68)씨를 폭행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오후 6시께부터 7시24분께까지 한국은행과 서울역 등을 거쳐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했다. 참가자들은 행진하면서 '탄핵 기각'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를 마친 뒤 파독 간호사와 광부, 김기봉 전 한국석유공사 노조위원장 등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집회는 오후 8시35분께 마무리됐다.

탄기국은 "3월1일 종로 일대에서 기독교인들과 함께 대규모 집회와 5개 경로의 청와대 행진을 하겠다"며 "27일부터 3월3일까지 매일 오전 8시30분, 오후 5시30분에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촛불·맞불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212개중대 1만7000여명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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