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명의 주식 인수 후 주주명부 기재…"주주권 인정"

대법원 전원합의체

【의회신문】 다른 사람의 명의로 주식을 사들인 후 같은 명의로 주주명부 주주에 이름을 올렸을 경우 회사가 명부상 주주의 주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주주명부에 없어도 실제 주식 소유자의 경우 주주권 행사를 인정하고 형식상 주주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3일 황모씨가 제조업체 S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결의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회사는 실제 주식 소유자라고 해도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하지 않은 사람의 주주권 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명부상 주주가 실제 주식 소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주권 행사를 부인하거나 명부상 주주가 아니어도 실제 주식 소유자라고 해서 주주권 행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주식을 사들이거나 넘긴 후 주주명부에 같은 이름을 올렸을 경우에도 명부상 주주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주명부 상 주주만이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회사도 명부에 있는 주주의 주주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제 주식을 소유해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주주명부에 기재한 것은 주주권 행사를 허용하려는 의사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부상 주주가 형식상 주주에 불과해 회사 관련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본 대법원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S사는 2014년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모씨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황씨는 "회사 경영진이 주주총회 의사진행 권한을 남용해 파행으로 진행했다"며 "결의방법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자 S사는 "황씨는 강모씨에게 단순히 명의를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없어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황씨는 주식 자금을 실제로 부담했다고 할 수 있는 강씨에게 명의만을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며 "회사 주주총회 결의 취소 등을 구할 자격이나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주명부에 주주로 기재된 사람만이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회사와 주주 사이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명의자와 실질적 권리자 사이의 분쟁을 종식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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