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서비스·상품 경쟁 촉발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의 현금인출기에서 시민이 현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의회신문】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K)뱅크가 예상을 넘어서는 고객 모집에 성공하면선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결합)를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 오프라인 은행들도 앞다퉈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대에 나서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애를 쓰는 모양새다.

 다만 당장 가격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K뱅크 출범 직후 디지털·핀테크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K뱅크의 상품과 서비스를 분석하며 대응 전략 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지난 3일 공식 영업을 시작한 K뱅크는 출범 나흘째인 6일 오전 가입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 대표 예금상품인 '코드K정기예금'은 1회차 판매분 200억원이 3일 만에 동났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고객이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거래할 때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1~2년 동안 인터넷은행 서비스의 대항마격인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으며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에 대비해왔다.

 케이뱅크 출범을 기다렸다는 듯이 최근 들어 모바일 상품을 확대하거나 금융편의를 극대화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KEB하나는 삼성전자와 제휴해 'KEB하나 삼성페이 서비스'를 6일부터 시행했다.

 카드나 통장 없이도 삼성페이가 지원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삼성페이 앱을 통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출금 거래 및 계좌내역 조회가 가능한 서비스다.

 삼성페이 앱에서 지문과 거래비밀번호, 서명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 계좌를 등록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 가능한 계좌는 KEB하나은행에서 개설한 입출금이 자유로운 계좌로, 10개까지 등록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음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뱅킹 '소리'(SORi)를 출시했다. 스마트뱅킹 앱 '원터치개인'의 메인화면에서 '소리' 아이콘을 클릭해 음성명령으로 계좌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거래를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조만간 이체 등의 금융 거래도 적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네이버 클로바(Clova) 플랫폼과 제휴해 향후 음성 및 안면 등 생체인증으로 이용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금융거래와 외국어를 AI에게 학습시켜 외국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상품 출시도 봇물이 터졌다. 특히 케이뱅크가 아직 출시하지 않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금 대출 등의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전용 상품 '써니 전·월세대출'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모바일 전용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모바일로 가능한 주택 관련 대출상품을 추가한 것이다. 은행 영업점에 갈 필요 없이 신청부터 대출 승인까지 가능하다. 계약서 등 관련 서류는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 받는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담보를 담보 대상을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은 통상 실거래가 파악이 쉬운 아파트만 담보로 인정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서비스 경쟁은 촉발했지만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 6일 2%대의 예금 상품을 특별판매 형식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K뱅크를 의식한 측면보다 미국의 금리 이슈를 반영한 영향이 크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비해 갈 곳 잃은 자금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평가다.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시장금리 인상으로 여력이 크지 않은 탓이 크지만 K뱅크가 시중은행을 휘저을만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해서다.

 앞서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돌풍에 겁이 덜컥 난다"면서도 "1년 정도 지나야 위상이 정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리 경쟁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행장은 또 "신용등급이 높은(1~3등급) 고객들은 기존대로 은행과 거래하고 그 아래 4~6등급 고객이 저축은행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핀테크 사업은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고 선점하지 않으면 활용도가 떨어져 은행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상품이나 가격 정책은 시중은행이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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