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회장

【의회신문】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5월 9일 치러질 우리나라 대선의 출발선에 선 각 정당의 대선후보 5명을 집중 조명했다. '박근혜의 뒤를 이를 대선주자 5인 각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양보왕',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검찰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부전자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재수의 달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인권투사’라고 차례로 묘사하며 후보들이 지나온 길을 상세히 전했다. 

한국 대선 관련하여 사드 레이더가 중국 북방의 절반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다음 정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가운데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오후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면담하고, 김홍균 본부장과 한중 6자 수석 협의를 가졌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방한인 만큼, 회담 결과와 중국 입장을 전한다는 명목의 방문인데, 11일부터는 각 당의 대선 주자 및 캠프 관계자와 면담 일정을 갖는 등,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하고 대선 정보도 취하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는 11일 오전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의 면담에서 “한중 관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다. 한중 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중요하다. 한국측과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 전쟁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대선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는 달리 미국은 정작 한국 대선 구도에는 무심하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감에도 미국은 정작 당사국인 한국 대선에 대해서는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듯 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공격설 등 정작 당사자인 한국정부와 관계없이 여러 설들만 난무하고 있다.

미국은 차기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의 대사를 임명했음에도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해서는 인선 하마평조차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정책의 최전선에 있는 주요국 대사직을 중량감 있는 인물들로 채워가고 있지만 주한 대사에 대해서는 아직 후보군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및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증을 사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자칫 한국이 대북 문제에 있어서 소외 될 수도 있다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 리더십 유고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가 제 기능을 못하고 고립되는 것을 두고 한국 외교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미국 등 우방국들이 한국을 배제한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결정한다는 의미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 외교부가 "트럼프 새 행정부와 긴밀하고 빈번하고 강도 높은 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반박했음에도 공허한 외침으로만 들리는 것은 왜일까.

한·미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전화협의에 나섰으나 ‘정상 간 통화’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급기야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20여분간 통화함으로써 코리아패싱 우려를 종식시키고자 했으나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중 회담 전인 6일 아베총리와 전화통화를 한 것에 이어 회담 이튿날인9일 오전에도 아베와 45분간 통화한 것이 알려져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여실이 보여주었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 문제를 직거래로 풀려는 듯한 움직임을 연달아 내비치면서 우리나라는 한반도 평화·통일정책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결정적 순간에 `코리아 패싱`을 당하지 않도록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는 공조(共助)를 중국 정부와는 협조(協助)를 구하는 채널이 가동되도록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최고의 전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 말하길 ‘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百戰百勝非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인지병선지선자야(不戰而屈人之兵善之善者也)’라고 했다. 즉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도 존재 자체로 상대방에게 위력을 발휘하는 선에서 모색하는 게 최상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마군사동맹을 기반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하여 왔고,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저지는 미중 양국을 통한 외교력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다. 외교적 어리석음으로 군사적 어려움을 자초하지 않도록 공조와 협조 사이를 균형감각을 갖고 부지런히 주도적으로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상기 회장
前 주중국방무관
現 한중안보평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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