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산 주필
새해이다 보니 너도나도 덕담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올해엔 어떤 덕담도 가슴에 와 닿지 않을 뿐 아니라 별 위로도 되지 않는다. 경제사정은 갈수록 절망적인 상황으로만 빠져들고,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는 요즘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09년 국내외 10대 희망요인’이라는 한편의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지금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쏟아 붓고 있는 재정 규모 합계가 6조5천640억 달러(약 8천730조원)에 이른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따라서 지금의 세계 경기침체 현상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반전돼 오히려 경기가 눈부시게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보고서는 “이번 금융위기로 제조업이 다시 국가 경쟁력의 주요 잣대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제조업 기반이 강한 나라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등 튼튼한 핵심 제조업 기반에 세계 선두의 정보기술(IT) 등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부문을 창조해 나간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한 번 ‘기적’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어쨌거나, 지금 우리에겐 어느 때보다 희망과 그 희망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꿈(비전)이 없는 사람에겐 미래가 없다. 꿈에 날짜를 붙이면 목표가 되고, 그 목표를 쪼개면 계획이 되며 그 계획을 실행하면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간절히 염원하면 이루어진다.’ 또는 ‘믿는 만큼 이뤄진다’는 이른바 ‘피그말리온 효과’는 언뜻 비과학적인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이 피그말리온 효과는 강력한 과학적⋅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다. 다만 그 ‘간절히 원하고 믿는 것’이 긍정적인 동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음모가 아닌 긍정적인 희망을 말해야 한다.

“위기 가운데 있는가? 인생을 바꾸고 싶은가? 기적 같은 큰 복(福)을 받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부터 당신의 생각을 바꿔라. 입으로 긍정적인 희망을 얘기하고 마음속엔 그 희망, 곧 미래에 대한 믿음을 신앙처럼 굳게 가져라. 간절히 바라고 믿는 만큼 이뤄진다.”

한마디의 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미국 전체가 대공황으로 엄청난 혼란에 빠졌던 1933년 3월 미국의 32대 대통령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취임식에서 유명한 연설을 남겼다.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자체입니다. 두려움은 퇴보를 전진으로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노력을 마비시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연설은 좌절에 빠졌던 미국인들에게 성공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심어주었고, 미국이 대공황의 늪을 벗어나 팍스아메리카나의 기틀을 다지는 주문(呪文)이 되었다. 지금 경제위기로 움추러든 미국 국민을 향해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라는 메시지로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자신감은 행동을 바꾸는 최고의 에너지이다. 국민들이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가지면 경제위기는 곧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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