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알본 HTT(하이퍼루프교통기술)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스마트 철도 콘퍼런스에서 '초고속 여행의 미래'란 내용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국토교통부)

【의회신문】 "초기에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런 얘기는 안 하고, '언제 가능하냐'고 묻는다. 그러므로 이렇게 훌륭한 (한국의) 연구기관들이 기술적 진보를 이루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진공 속을 초음속으로 달리는 미래형 열차 '하이퍼루프'를 개발 중인 미국 HTT(하이퍼루프교통기술) 최고경영자(CEO) 더크 알본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형 하이퍼루프' 개발에 관한 국내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은 뒤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HTT는 하이퍼루프원과 함께 하이퍼루프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이다.

지난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스마트철도 콘퍼런스'(GSRC)에서 연사로 나선 알본 CEO는 "하이퍼루프는 튜브 안에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아주 빠르게 가는 것"이라며 "저렴한 곳에 주택을 짓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면서 하이퍼루프를 사용해 근무지에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에 가까울 정도로 공기를 뺀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80㎞로 달릴 수 있다. KTX로 2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을 20분 내 주파할 수 있다.

알본 CEO는 "하이퍼루프가 생기면 공항을 연결할 수 있고 화물은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수 시간 안에 보낸다"며 "한 나라에서 주문형 배달이 1시간 안에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빨리 이동하면 안전 문제는 없을까. 이에 대해 그는 "안전 부문에서 이 시스템은 비행기보다 10배 안전하고, 고장률은 10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우리는 3년 이상 이와 관련된 일을 했다. 하이퍼루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 1단계를 한 달 전에 발표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하이퍼루프를 얘기하면 일론 머스크만 떠올리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1870년에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지하철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1960년대 미국 교통부 장관은 튜브교통이 미국인 삶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후 머스크가 나왔다"고 짚었다. 하이퍼루프는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2013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본 CEO는 "한 회사, 한 국가에만 의존하면 (하이퍼루프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전 세계 정부들과 협업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에서 허가를 받고, 슬로바키아에서는 협업하고 있다. 아부다비에서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국왕 동생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프랑스 툴루즈에서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고, 인도네시아에서 규제 관련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해서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찾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뭔가를 팔려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받으려 한다. 새로운 법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안전평가도 그렇다. 하이퍼루프는 기차도, 비행기도 아니어서 분류도 어렵다. 정치를 바꾸고, 정책을 바꾸는 것은 기술개발보다 더 어렵다. 한국에서 하는 일들이 정말 훌륭하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특별 세션을 여는 것이 우리로서는 대단한 성과다"고 덧붙였다.

HTT는 지난 15일 벡스코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하이퍼루프 공동연구와 기술·인력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6일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비슷한 내용의 MOU를 맺었다.

그러나 HTT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업무협약보다는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서고 있는 상황을 주목, 시장 개발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관섭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튜브 연구팀장은 17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MOU보다 미래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HTT는 시장 개발 차원에서 오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2개 회사가 앞서나가고, 한국은 철도연 중심으로 6개 기관이 함께 가기로 했다"며 "미국은 마케팅 중심이다. 기술 쪽으로는 한국이 앞서나간다"고 자신했다.

이재선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미국은 철도 기술이 뛰어난 나라는 아니다"면서 "하이퍼루프는 미국이 먼저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선행 연구도 했기 때문에 기술력에서 좀더 우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이퍼루프의 핵심기술이 부상기술, 추진기술(모터) 등이다. 차를 앞으로 밀어내는 기술을 의미한다"며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은 자기부상열차 원천기술이 있다. 하지만 철도연이 4~5년 먼저 시작해 경험 면에서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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