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에서 김상조(왼쪽부터) 공정거래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회신문】 2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최종 참석자와 논의 내용 등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간담회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진행 현대차 사장이,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나선다.

 LG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LG의 하현회 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의 경우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탓에 그룹에서 맏형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진이 나설 계획이다.

 당초 이 자리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유럽 출장 중이어서 이날 오후나 다음날 오전귀국할 예정이다. 이에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CFO)이 이번 간담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그룹별로 경영진의 일정에 따라 참석자가 변동될 수도 있다"면서 "4대 그룹 중 세 곳에서 사장급 인사가 나오는데 삼성에서 부회장급이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상의에서도 박용만 회장이 아닌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배석한다. 4대 그룹은 김 위원장과의 이번 만남을 새로운 정부와 가지는 상견례 자리 정도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측에서 논의 안건 등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정부에서 먼저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 박재규 경쟁정책국장, 신영호 대변인이 참석한다. 이날 간담회는 김 위원장과 이 부회장의 인사말까지 10분간 언론에 공개되고, 나머지 50분간 이어지는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 그룹 수뇌부를 만나는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후 13년 만이다. 교수 시절부터 재벌개혁론자였던 김 위원장이 시장감독기구의 수장이 된 만큼 문 대통령의 핵심공략인 재벌개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45개 대기업집단의 불법 내부거래 행위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이를 마무리한 뒤에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조사를 전담할 기업집단국까지 신설되면 공정위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자리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 방향과 함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그는 "재벌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정부의 바램"이라면서도 "계속 어긋나면 공정위뿐만 아니라 행정부의 모든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 측에서 세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없어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쉽지는 않은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의 의중을 오너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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