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회장

【의회신문】 문재인 대통령 100일 골든타임의 핵심요소는 “S.E.R.I.”, 즉 ‘안보(Security), 경제(Economy), 개혁(Reform)’ 그리고 ‘통합(Integration)’을 들 수 있다.

내치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경제살리기, 개혁추진, 국민통합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에서 발단된 사드를 둘러싼 안보 및 외교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최대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50일이 되는 6월 29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는 사드 등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한·중·미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혼돈 속에 있다. 최근 열린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도 양측은 여전히 기존의 자국정부 입장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보수 언론은 연일 신정부가 대북문제 관련하여 미국의 심기를 건들고 있다는 논조로 보도하고 있다.  

안보는 우리 국민의 생존 문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논란의 핵심이 되는 사드 문제는 한미정상회담뿐만 아니라 곧이어 개최될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예정으로, 한반도 안보 문제의 뜨거운 감자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내 네오콘의 우려, 미중간 북한 거래에 따른 코리아패싱(korea passing: 한반도 주요의제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현상),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미중간 접근방식의 차이점 등은 한번 불 붙으면 끌 수 없는 화약고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외치(外治)의 첫 무대이자,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신정부 출범 후 계속적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이어 최근에는 북한에서 송환된 미국인 웜비아의 사망까지 더해져 미국 내 여론도 강경해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과 미국이 모두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회담이므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4~5년 간의 한미관계와 한미군사동맹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지만 ‘니치(niche;틈새)’를 찾아 대화하고 교류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남북 분단의 원인으로는 8.15해방 전 38선이 그어지는 과정에서의 미소냉전이라는 ‘외적 요인’과 해방 이후 민족 내부의 좌우이념 갈등이라는 ‘내적 원인’을 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얄타회담에서 ‘일본의 점령지’로 해석된 한반도는 일본 패망 이후 ‘전승국의 전리품’ 영토로 인식되어 강대국 세력 관계의 이해에 내맡겨지게 되었다.

1949년 10월 모택동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이후 급변하는 제 2의 전선이 된 극동아시아에서 남한과 북한 영토가 미국과 소련의 대립을 해소하는, 소련사회주의 진영과 미국 자본주의 진영 사이의 정치적 공간(Buffer Zone)으로 변모되었다.

오늘날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여기에 일본, 러시아까지 가세한, 동아시아 패권 다툼의 소리 없는 전장이 되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표적인 대륙세력인 중국과 해양세력인 미국 간 대결상황에서 한국 ‘교량(橋梁)국가론’이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주적 균형외교’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변함없는 한미군사동맹을 강조하고, 기존 사드배치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히는 한편,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주도권을 잡고 대화와 제재라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북한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잡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코리아패싱'논란을 불식시키고, 한편으로는 중국역할론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압박을 하거나 대화를 하는 주체가 우리가 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대남공세는 사드로 인해 야기된 한미간 틈새에서 생긴 균열을 노려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정담회담의 목표 중 가장 긴급한 것은 한미간 굳건한 신뢰회복과 상호공감대 조성이 아닐 수 없다.  

안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정파간 이견이 있더라도 안보에 있어서 만큼은, 국내적으로 치열한 토론을 거치고 외부적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인 큰 틀에서 하나로 연대된 지지와 결집이 필요하다. 

안보 밴드왜건효과(Band wagon effect)를 기대해본다. ‘자주균형외교’에 대한 신념과 의지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져 우리 국민 전체의 의지로 확산되어 더 이상 주변국가가 우리 안보를 흔들지 않게 내부적으로 뭉쳐야 한다. 

분단이 외세에 의해 어쩔 수 없었던 역사라면, 이제는 자주적 결집과 역량으로 우리의 안보를 지켜내고 당당하게 우리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
역사를 기억해 미래의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
분단이 우리 민족에게 가져다 준 분열과 고통을 기억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뼈 아픈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 이상기 대표
前 주중국방무관
(사)한중안보평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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