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회장

【의회신문】 시대별로 요구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국방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 21세기형 강군육성과 새로운 전장환경에 부응하는 강력한 국방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혁을 책임지고 추진할 국방장관 임명은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예로부터 인사 (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고착화된 적폐를 과감히 청산해 나가려면 그에 걸 맞는 인재등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재를 구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인물지》는 인재를 알아보는 일에 실패하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형상과 용모를 자세히 보고, 어떤 사람은 동작을 살피며, 어떤 사람은 처음과 끝이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어떤 사람은 사고방식을 보며, 어떤 사람은 미세한 감정의 반응으로 추측하고, 어떤 사람은 지난 잘못으로 위협을 해서 반응을 보며, 어떤 사람은 그가 한 말을 찬찬히 되돌려 보고, 어떤 사람은 그가 일을 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그러나 처음 인재를 감별할 때 이런 개별적인 방법을 모두 쓰기는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대충 외형만 보고 판단하거나, 겉으로 드러난 행실과 명성만을 쫓아 인재라고 생각하여 등용한다. 어떤 작은 재능이라도 크게 내보이면 그가 인재라고 착각하고, 사람이 과묵하면 오히려 생각이 없다고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재란 편파적인 관점에서 보거나, 한 면모만을 보아서는 선별하기 어려운 법이다.

새 정부 이후 일련의 청문회를 보면서, 참으로 인사가 지난(至難)한 일임을 절실히 느낀다.

<논어>에 관과지인(觀過知仁)의 말이 있다. ‘지나침은 경계하겠지만, 그가 유용한 인재라면 작은 허물은 덮고 널리 뽑아 쓰겠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

조선 중기 르네상스를 열었던 정조 때의 일이다. 

정조가 탕평의 취지로 반대당의 인물들을 등용하자, 조정에서는 그들에게 내린 벼슬을 거둘 것을 건의했다. 이에 정조는 큰 죄를 지은 자가 아니면 당파와 친소를 떠나 등용할 뜻을 밝히면서, ‘입으로는 소통을 말하면서 부싯돌이나 신기루처럼 잠깐 동안 반짝 사람의 눈이나 어지럽히는 것은 새로운 정치의 법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조는 “모든 일은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과유불급. 過猶不及)’, ‘허물을 보고서 어짊을 안다[觀過知仁]’고 말하는 것이다. 이 두 말로 미루어 본다면 나의 고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고질병에는 독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효험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의 풍속을 통해 지금의 폐단을 구원하려면 어떻게 대승기탕(大承氣湯)에 좌사(佐使)를 가미(加味)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승기탕은 막힌 배변을 통하게 하는 성질이 강한 약재이다. 배변이 막히면 보통의 약으로는 안 된다. 하지만 강한 약은 부작용이 있다. 좌사(佐使)는 부작용을 덜고 치료를 돕는 보조 약재다. 다급하고 중한 병을 다스리려면 강한 처방과 함께 좌사의 약재가 필요하듯, 그가 설령 반대당이거나 약간의 결함이 있는 경우라도 등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취지였다.

적폐를 해소하고 새 시대를 이끌어 나갈 인사를 뽑는 일에 정부가 분주하고, 청문회를 통해 이들의 적합함을 검증하는 일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과정에서 청문회가 본질이 아닌 지엽에 얽매여 시간을 끌면서 국정이 마비되는 폐단이 드러나자, 학계에서는 도덕성과 관련된 검증은 예비심사에서 철저하게 하고, 청문회에서는 공직적합성을 중심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청문회 절차를 이원화하자는 주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여야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후보자에 대해 ‘국정 정상화를 위해 임명을 강행해도 된다’는 의견이 61.4%로, ‘여야협치를 위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 31.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강행에 대해서도 ‘잘했다’ 65.4%, ‘잘못했다’가 30.0%였다.

6월 20일~22일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79%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 인재등용에 대해 대승적인 국민적 지지와 합의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28일,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송영무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해군총장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손발을 맞추었던 경험이 있으며, 문 대통령은 2012년 지난 18대 대선부터 국방안보분야 조력자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송 후보자를 주도면밀히 지켜보았다.

남북관계 경색에 북핵과 미사일, 사드문제 등으로 굳건해야 할 한미군사동맹까지 근심이 번지는 현 안보 국면에서 문대통령이 최우선 과제인 국방개혁을 이끌어 갈 최적임자로 송 후보자를 선택하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방개혁이 시급한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실기할까 걱정이다.

송 후보 청문회 주요쟁점은 방산업체 및 법무법인 자문료 수수, 계룡대 군납비리 사건 중단지시 의혹 등으로, 야당의 공세에 대해 정진우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송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 대부분이 기본적인 논리적 적합성도 갖추지 못한 것들이라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행위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전후관계를 살펴야 한다.

한 예로 방산업체 자문료 문제는 의혹이랄 수도 없다. 내용인즉 국내 방산업체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을 도운 것으로 오히려 국부창출에 기여한 것이다. 이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국익을 위해 지식과 경험을 의미 있게 활용했다는 차원에서 격려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인물지>는 사람을 평가하려면, ‘행위의 전후관계를 살펴라(觀其所由 以辨依似)’고 했다.  드러난 현상만 볼 것이 아니라 내용을 통찰하라는 말이다.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행위의 까닭을 살펴보고 그의 내력을 관찰하고 그가 마음 둔 곳을 이해한다면 그가 어디에 숨을 수 있겠는가(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廋哉 人焉廋哉)?’

▲ 이상기 대표
前) 주중 국방무관
現) 한중안보평화포럼 대표
現) 용인대학교 중국어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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