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이철성 경찰청장이 최근 경찰 지휘부 갈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삭제 지시 의혹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내홍을 겪은 가운데 이철성 경찰청장이 전(全)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했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청장은 전날 저녁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서한에서 "최근 지휘부 간 불미스러운 갈등으로 인해 국민에게 큰 걱정과 심려를 안겨드리게 됐다"며 "경찰 조직의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실망을 드리고 동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돼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더 이상의 갈등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저를 포함한 지휘부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라 국민 치안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하나가 되기로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도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본연의 책무에 매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경찰 개혁을 비롯한 국정의 청사진을 완수하는데 경찰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이번 일을 경찰 발전의 자양분이 되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며 "14만 경찰관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민생치안 확립과 경찰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는데 혼신을 다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치안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갈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인권경찰·민주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다시 한번 동료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저와 지휘부부터 보다 성숙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경찰청에서 주재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경찰 수뇌부 갈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이후에도 불미스런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는 경찰 지휘부 갈등은 외청 지휘권을 갖고 있는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나서면서 외관상 가까스로 봉합되는 양상이다.

다만 이 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에 대한 수사 및 징계절차가 남아 있어 진상 규명이 불가피한 만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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