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최윤정 인턴기자
  • 승인 2018.08.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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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후보 낙선에 부쳐

며칠 전 끝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유일한 지방자치 후보였던 황명선 논산시장이 최고위원 8명 중 8위 성적으로 전당대회를 마감했다. 이는 2015년 똑같이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박우섭 당시 남구청장이 남긴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 지지선언으로만 따지자면 두 후보 모두 당대표가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 대전시의원들, 광주시의원들 등등과 전국 151명 전국시장·군수·구청장들을 비롯한 수많은 지방자치 주역들이 지지선언을 하고 동참을 선언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지선언을 한 면면과 범위를 본다면 당 지도부로 입성하지 못한 점이 정말 이상할 정도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를 평하는 많은 분들이 대체로 잘 됐다고 하면서도 황명선 후보가 입성하지 못한 이유로 아쉽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다. 그냥 아쉽다는 정도...

그러나 소위 지방자치주의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 펑한다면 너무도 아쉬운 결과이고 한편으로는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박우섭, 황명선 두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이유를 들어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지만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가 하다.

누구나 지방자치가 중요하고 지방분권이 대세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여의도 정치판 또는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도 지방자치는 그냥 있으면 좋고 표에 도움이 되는 선택 정도 성격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지방자치는 딱 그 정도 대우를 받는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중 지방자치 주역이라고 말할 만한 당선인은 단 1인도 없다. 당선인 뿐 아니라 당선안정권 언저리에도 없다.

자력으로 지역구에서 진출한 지방의원과 단체장 출신을 제외한다면 중앙정치판에서 지방자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혼자 힘으로 진출할까 우려하여 지방자치 주체들에 대해 의도적인 홀대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일부에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당과 정부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각종 정책과제에 있어서도 홀대받는다. 국회 통제 아래에 있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공개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288개 가운데 10개만이 지방자치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으니 겨우 3.5%이다.

여야 정당들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직접 수행한 191개 과제에 대한 연구보고서와 12개 외부용역과제 중 달랑 두 개만이 지방과 관련이 있는 주제이고,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 역시 다르지 않아 2006년 이후 토론자료집이나 정책보고서 159개 중 지방관련 항목은 단 1개뿐이다. (각 기관 홈페이지 참조)

지방재정을 단순화 시키면 세목 8:2, 예산 6:4, 결산 4:6으로 구분한다. 권한을 중앙관료가 틀어쥐고 있고, 이로 인해 낭비되는 예산 액수도 어마어마하겠지만 무엇보다 국가재정 60%를 지방에서 사용한다는 의미는 다른 곳에도 있다.

주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돈이라는 점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 문제가 여기에 있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 한숨이 역시 고스란히 여기에 담겨 있으며, 애 키우는 부모들 불만이 이 돈에 녹아있다. 그러나 이 돈을 집행하는 지방공무원들은 그냥 기계처럼 집행만 할 뿐이다.

위에서 내려오는 돈을 그냥 집행하면 되지 현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해 봤자 절차만 복잡해지고 본인에게 이득도 없는데(중앙부처에서도 싫어한다) 어떤 공무원이 감히 문제제기를 하겠는가?

즉 8:2, 6:4, 4:6 구조라는 지방재정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예산낭비와 중앙관료화도 문제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결정이 일상화되어 똑똑한 젊은 지방공무원들을 ‘시키는 일만 잘하는’ 멍청이로 만드는 시스템에도 있다.

좋은 정책은 결국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정책 결정단위와 집행단위가 분리되어 있는데 어떻게 좋은 정책이 만들어 질 수 있겠는가?

그러니 중앙부처 담당자를 불러 지방재정에 대해 강의하라고 했더니 원론에 대한 말만 번지르르 하고 구체적인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도 못하고 어물어물 넘어가버리기 일쑤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회의원이 “외국 어느 나라는 세금 걷어서 30% 제외하고 중앙정부로 넘긴다.”니까 한다는 질문이 “그게 무슨 차이예요? (우리와) %가 다른 건가?”라고 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2019회계년도는 적극재정으로 복지 분야 예산도 대폭 증액될 예정이다. 이는 한국사회 재정구조로 보아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더불어 집행구조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면 그 실질적인 효과는 들이는 돈에 비해 미미하리라는 예측은 그동안 경험에서도 봤듯이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지방자치 출신 한 사람이 여당지도부에 입성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변화를 위한 시발점은 될 수 있다. 중앙정치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지방자치 현실로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지방자치·지방분권은 한다면 그냥 좋은 게 아니다. 대한민국 변화를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가치문제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까지 하면서 지방자치선거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해 이를 관철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통해 지방인재를 기르고 집권 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하 종 삼(前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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