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ESS(에너지저장장치) 이야기

2018년은 태양광발전설비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태양광 열기마저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특히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인증서) 가중치가 1.5(전력 생산량은 1인데 0.5를 더 얹어준다는 의미)이상으로 높은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을 위하여 텅 빈 버섯재배사를 산지에 짓는 일을 이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잘 자란 산림을 벌목해 태양광설비를 설치하고 버섯농장을 짓는 일에 지방자치단체까지 적극 나서자 최근 정부는 대규모 태양광 등을 대상으로 REC가중치를 낮추는 등 적용기준을 조정하고 있다. 잘하는 일이다.

진즉에 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REC조정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라고 부르는 리튬전지 축전시설은 가중치 5.0 특혜가 금년 6월 30일 종료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이번 조정으로 내년까지는 5.0을 유지하고 2020년은 4.0 등 여전히 높은 가중치로 조정되었다.

이것은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력을 발전과 동시에 송전하지 않고, ESS전지를 설치하여 해가 떠있는 10시에서 16시를 피하여 송전하면 가중치를 4~5배로 주는 편법이다.

참고로 ESS를 제외한 일반 태양광발전은 가중치가 최대(수상태양광 및 3천kW이하 기존건축물설치) 1.5에 불과하다.

태양광 ESS지원제도는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우리나라 전기가격은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데, 발전원에 따라 원가가 다르기 때문에 낮부터 저녁까지 전력수요가 많은 시간에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그림에서 보면 원자력발전이 기저부하로 항상 최대출력을 높여 발전하고, 전기가 남는 밤 시간대는 석탄발전소가 출력을 줄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낮 시간에는 전력수요가 많아 이를 공급하기 위해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터빈 복합·화력 발전소를 가동한다.

특히 낮 시간 12시부터 15시까지는 최대 수요가 발생하여 발전원가가 가장 비싼 중유발전소까지 돌려야 한다고 전력거래소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소는 전력수요가 최대인 피크전력시간대를 피하여 전력을 송출하면 신재생가중치를 4배 이상 부여한다는 것이 최근 고시에서 개정된 내용이다.

전기수요가 많은 시간에 생산된 전력을 오히려 수요가 적은 시간에 보내면 오히려 돈을 더 준다는 신기한 제도가 이 ESS라는 이야기다.

신재생발전에 대한 보조금은 결국 전기를 이용하는 국민이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력을 싸게 공급하는 손실(?)을 가정용 누진제도로 국민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전력이 비싼 시간에는 중유발전을 비싸게 사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태양광은 축전지에 저장하였다가 전력수요가 적은 시간에 송전하면 보조금을 더 준다고 한다. 그것도 다른 신재생보조금은 내리는 가운데 ESS만 높여준다고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참으로 이상한 ESS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세계 상위권 리튬전지 생산기업들이다. 이런 대기업들을 우리 한국이 보유하고 있음을 자랑할 일인지 국민 희생을 생각하고 슬퍼해야 할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더구나 이번에 개정된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는 아주 깐깐한 고시규정을 만족시켜야 가중치 0.1~0.2를 더해준다고 한다.

기업에는 후하고 국민에는 짠 제도라고 해야 하나? ESS만 우대하는 제도라고 해야 하나? 정말 이상한 제도다.

박 수 훈(공학박사, 극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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