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비평 2]

국회의원의 정당 소속원으로서의 입장,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의회정치는 실제로 많은 비중이 ‘정당(또는 교섭단체)’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회의원 또한 정당 소속원으로서의 입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능 대표성과 직능 이익 추구 문제, 지역 대표성과 지역 이익 추구 문제와 더불어, 국회의원의 정당 소속성이나 정당 이익 추구 행위도 입법적 특혜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로 주목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당이 국회의원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직능 대표성이나 지역 대표성 못지않게 정당 소속원으로서 가지는 입장(정당 기속성, 정당으로의 충성 행위)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자이지만, 정당의 소속원으로서 정당 입장과 이익을 구현하는 구성원적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정당이 국민 보편적 의사 왜곡하는 역기능.

국가이익과 공공이익조차 정당 안에서 정당이익에 밀려 편집당하는 경우 많아

홍성방 교수(전 서강대)는 저서에서 정당국가적 민주주의의 특색을 설명하면서 ‘다수당의 의사와 국민의 의사가 동일시되는 문제점, 의회가 이미 준비된 정당의 결정을 확인하는 장소에 불과해 지고 있는 점, 그 토론도 정치적 문제에 대한 국민의 결단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선전의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 정당국가적 민주주의에서는 선거의 성격이 대표 선출에서 정당의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적(plebiszitἃr)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특히 ‘정당국가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회의원은 결국 정당의 대표로서 정당의 지시에 따르는 정당의 전시인(展示人)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고 질타한다.

고문현 교수(숭실대, 현 한국헌법학회장) 또한, ‘현대 사회에 와서 의회제민주주의가 선거권의 확대와 정당제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대중민주주의가 정당제민주주의로 이행하고, 이에 따라 국민대표의 원리도 변질되었다’고 전제하고, ‘국민의 보편적 의사는 정당에 의하여 형성되고, 의회는 공개토론의 장이 아니라 정당대표들에 의하여 사전에 결정된 의견을 추인하는 장소로 전락하였다’고 하면서, ‘국가이익이나 공공의 이익조차 정당의 이익과 정당제의 틀 안에서 재단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한다.

다만, 장영수 교수(고려대)는 대표자인 국회의원에게 정당의 ‘사실상의 영향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법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을 주목한다. 또 정당의 활동이 국회 내의 다수 형성을 가능케 함으로서 국회의 활동력을 높여준다는 점도 지목한다. 다만 장영수 교수도, ‘자유위임의 원칙이 – 의원이 자유로운 동의에 의해 정당의 구속을 수용하는 것까지 부정하지는 않지만 - 정당의 사실상의 구속력을 법적 구속으로 고양시키지 않음으로서 사실상의 구속이 지나치게 강화되어 당내의사결정의 과두화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자유위임의 원리가 국회의원의 정당 기속성 내지 정당 이익 대변 경향으로부터의 조금이나마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견제 원리가 되어준다’는 역발상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장영수 교수도 ‘정당의 결정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정당조직의 성격 때문에 개개의 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에는 지극히 동의한다.

김학성 교수(강원대)도 “대의제 민주주의는 의원에게 어느 누구의 지시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정당제 민주주의는 의원의 정당에의 구속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양자의 조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김학성 교수에 따르면, “정당의 헌법적 기능과 과제를 감안할 때 정당의 자유는 물론 정당의 단체자치 역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나, 자유위임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른바 ‘정당강제(政黨强制, 정당으로의 구속성)’의 한계 이론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홍성방 교수도, “실질적으로는 국회의원이 정당에 기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바, 따라서 정당민주주의 하에서도 무기속위임의 원칙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이를테면, 당내 민주주의 실현․교차투표와 자유투표의 인정․탈당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승우 교수의 설명은 더욱 적극적이다. 이승우 교수는 “「헌법」 제46조 제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규정은, 오늘날의 정당국가적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당기속현상 또는 각종 이익집단의 압력과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양심과 판단에 따라 국회의원이 국정에 임하도록 하기 위해 설정된 의무 규정”이라고 하면서, 따라서 “국가이익우선의무는 의원이 가지는 정당기속의 한계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대의제도의 성공여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장 본질적인 의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헌법상 국회의원 자유위임규정과 정당활동 규정은 긴장관계.

정당국가화 현실 속에서, 자유위임규정은 국회의원 소신과 독립성 살려주는 보장책

헌법 규범 전반에 걸쳐 국내 저서 가운데 연구자적 고민을 가장 많이 담아냈다고 평가받고 있는 한수웅 교수(중앙대)의 경우, ‘헌법상 자유위임원칙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의원의 상은 현대 정당민주주의의 현실에서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오늘날 정당국가에서 국회의원은 정당의 대표자로서 소속당의 지원과 배경에 힘입어 선출되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정당민주주의에서 정당의 공천은 후보자의 당선에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며, 의원은 당선된 후에는 동일 정당소속 의원들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여 의회 내에서 공동으로 정당의 정책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8조 제1항에서 정당설립 및 활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정당이 자신의 정책을 국가영역에서 실현하기 위하여 교섭단체 소속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보장하는 한, 「헌법」 제46조 제2항의 자유위임과 제8조의 정당 조항은 서로 긴장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한수웅 교수는 자유위임과 정당기속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헌법」 제46조 제2항은 오늘날 정당민주주의에서도 자유위임의 원칙이 정당대표성이나 정당기속성에 우선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본다. 「헌법」 제46조의 자유위임의 원칙은, ‘정당국가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당으로부터 국회의원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함으로써 정당기속의 헌법적 한계를 제시한 것으로, 즉 「헌법」 제46조 제2항은 의원이 정당이나 교섭단체의 지시에 의하여 ‘정치적으로는’ 구속되나 ‘법적으로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결론적으로 한수웅 교수는, 「헌법」 제46조 제2항과 제8조 사이에서 「헌법」 내 규정 간의 부조화와 모순이 엿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는 허구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양 헌법규범 간의 긴장 관계는 헌법규범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단지 ‘헌법과 정치현실’ 사이에서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치현실은 의원을 정당에 구속하고자 하나, 「헌법」은 자유위임의 요청을 통하여 의원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이익 위한 입법활동 크게 증가 경향

정당이익에 대한 헌법 규범 통제, 사회적 공론화, 입법심사 객관화 장치(관학민 공동의 정당이익심사 기능 등) 강구돼야

요컨대, 정당이 국정철학을 같이하는 정치적 결사체이고 그 철학에 부합하는 입법 활동을 권장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철학(또는 정당의 강령)에 부합되는 입법 활동을 모두 정당의 이익에 부합되는, 정당의 이익(party interest)만을 위한 입법 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이 적극적으로 수립한 입법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당론으로 채택한 입법안들, 그리고 비록 개별 의원들에 의해서 발의되었기는 하지만 결국 정당의 당헌강규에 부합하는 입법안들이 나름의 다양한 정당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당의 존립 기반이나 당세를 확장하기 위해서, 정당이 집권하기 위해서, 정당의 대중 호응을 얻기 위해서, 혹은 정당 내 특정 주력 정치인의 스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입법안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정당의 지지자를 확산시키거나 당면한 의제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으로 ‘입법안(당론입법, 당론발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 등)’은 다분히 전략적으로(?!) 동원되곤 한다.

아주 범위를 좁혀 보더라도, 보조금 등 정당의 재정지원을 확대한다든지, 정책연구위원이나 당직자의 자리 수나 권한을 확대한다든지, 정당이 내세운 후보의 당선을 유리하게 할 목적을 가진 입법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정당의 이익, 거칠게 말해서 ‘정당의 사익’, ‘당익’을 담은 입법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문제는, 국회의원이 국민 대표성에 기반하여 표출하고자 하는 사안이 정당의 이익과 충돌하거나 부조화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너무나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실 정치 공간에서 정당의 이익이 국가이익에 우선하는 경우가 거의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입법 심사, 입법 전략을 포함한 의회행정 즉 국회 운영의 거의 모든 작용에 있어 정당의 유불리가 따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46조 제2항이 말하는 국가의 이익은 곧 국민대표로서의 지위와 연동되는 것이지만, 국회의원의 정당 기속성이 심화될수록, 정당 충성도가 높아질수록, 정당 구성원의 대오의 결속력이 높아질수록, 정당의 이익과 국가이익 우선 의무 간의 충돌과 부조화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우려가 높아진다.

따라서 정당의 이익․당익․당료(黨僚)와 당직자의 이익을 담은 입법 활동 또한 당연히 입법의 특혜성 문제의 한 유형일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헌법 윤리적 관점에서의 규범 통제와, 객관화시킬 수 있는 입법심사 과정 보완, 그리고 좀 더 면밀한 사회적 조명(언론보도, 공론화, 국민 평가 과정 등)이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학술논설위원 이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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