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연구원 홈페이지는 칼럼과 원장님 강연활동 홍보 중?

미래연구원 ‘연구성과’, 아니 ‘연구계획’은 내년 중에나 수립하려나

국회 미래연구원법이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이 법에 근거해 설립된 미래연구원(원장 박진)이 지난 5월 정식 개청(개원)을 한지 반 년차가 다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어느 기관 어느 회사이든 인력을 충원하고 내부 행정 환경을 다지는 시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 개청되는 다른 법정 기관들 선례에서처럼, 미래연구원도 법 시행일 이전인 1월부터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사진 구성, 내부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실무준비 과정을 이미 상당 기간 거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행정보조인력 외에, 별도의 전문연구인력들을 1차 선발한지도 봄 여름 가을 계절이 세 번 바뀐 상황이다. 추석명절이 지나면 10월이다. 현재 미래연구원 홈페이지는 박진 원장과 연구진들의 칼럼(미래생각, 미래기고)과 독서평(미래서평), 인터뷰, 비공개 내부초청학습자료 스크랩으로만 채워지고 있다. 

물론 기관의 활동을 위해 기관의 역할에 대한 기초적인 정비를 하는 것이야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외부 발제 강연에 나서고 칼럼 등을 기고하는 것은 연구자들 모두가 어디까지나 ‘과외’로 해야할 자기발전적 학술활동 내지는 부수적인 업무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연구기관의 본연의 업무라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 어느 행정기관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칼럼 등 신문 기고로 소일하고 외부 강연 동향을 홍보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또한 정계입문 발판으로 삼는 게 아니라면, 어느 기관도 기관장∙단체장 활동상을 정무적으로 홍보하는 데 치중하지 않는다.

미래연구원은 좌담도 했고, 내부학습형 초빙강연도 매주 듣고 있고,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43페이지짜리 번역자료(Teaching about the Future ; 미래에 대한 연구방법론 소개 개요집)도 공개한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는 이미 이삼십 건이 넘는 세미나, 공청회, 간담회, 토론회가 매일 매일 개최되고 있고, 자료집, 전문기관의 고품질 연구보고서들이 쏟아지고 있다. 

차라리 기왕지사 스크랩에 매진할 일이였으면, 국내외에 있는 방대한 미래학적 자료들을 지금쯤은 대거 집약해 놓았어야 마땅하다.

미래연구원의 존재 이유이자 연구 테마가 한국사회의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미래 정책과제들을 연구하라고 만든 곳이지만, 연구 활동 자체도 다음 달에 하라거나 미래에 하라는 뜻은 아니다.

당장 이 달에 이번 주에 가시적인 업무성과를 보이라는 재촉이 아니다. 어떤 주제를, 어떤 화두를, 어떤 쟁점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지라도 예측가능성 있게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주간업무보고, 월간업무보고, 분기업무보고, 연간업무계획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기관의 재량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납세자에 대한 책무다. 

미래연구원은 의원실에 조사회답서를 분주하게 제공하는 대의원 서비스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의원실 돕느라 바쁜 것도 아니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큰 예산은 아니지만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지식생산 중심의 대국민 서비스를 해야 한다.

미래연구원은 국회에 소속된 작은 규모의 연구기구이지만, 규모나 양이 아니라 질적으로 차별화된 존재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어야할 시점에 '임박'해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연구자들이 매주, 매달, 매분기마다 논문이며 연구보고서며, 이슈브리프며, 조사분석 결과 등으로 지적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존재이유를 입증하고자 뛰고 있다.

민생 현장에서는 몇 만원의 건강보험료 독촉과 가산금에 시달리다 일가족이 자살하는 참극이, 소중한 아이들에게 외식 한 번 맘 편히 못시켜주는 4,50대 가장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 범람하고 있다. 가계부채 대출금 이자와 준조세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서민들은 추석명절에도 우울하다.

개청 준비기간을 탓하고, 유난스러웠던 무더위와 휴가 기간을 이유삼고, 추석 연휴로 무마하고, 급작스럽게 추워지는 날씨로 위축된 연말 분위기로 변론할라치면, 법정특수법인의 지위를 벗어 던지고, 민간연구기관으로 당당히 자립하면 된다.

기관을 만든 것은, 오피스 라이프 속에서 강연활동과 좌담, 칼럼쓰기, 미래연구 기법 학습하기 등 대학원식 학습을 되반복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미래학이란 무엇인가를 기고문이나 인터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학계 연구자와 행정정책 생태계에서 미래학, 미래연구, 융합연구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가 있단 말인가. 연수와 재교육은 백 번 천 번 권장할 일이지만, 무게감 있게 업무에 임하는 자세도 견지하면서 해야 할 것이다. 

연구성과는 그렇다 치더라도 국민 앞에 '연구계획서' 하나 공개하지 않는 그 태만함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 초대원장 재임기부터 업무에 임하는 결기를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국회 조직 규모의 비대화만 조장하는 계륵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 전에, 분주히는 아니더라도 선명한 연구계획, 단위업무계획이라도 성실히 공개하고,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얽히고 설킨 한국사회의 병폐를 냉철하게 진단해 내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남은 4분기 동안은 밥값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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