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체계 복잡성과 난해성 및 과잉화에 대한 국민적 성찰 필요한 시기

분법통법 기준 정립 통해, 과잉법령과 낡은법령 과감히 줄여나가야

[국법체계 일대정비 특집]

법령체계 복잡성과 난해성 및 과잉화에 대한 국민적 성찰 필요한 시기

 

정부수립 이후 지난 70년간 행정환경의 변화와 정책 수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법제도 도입 에만 천착한 결과, 법령 수(數)가 방대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정책의 법제화 당시에는 그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었지만, 지속적인 법령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대와 상황에 맞지 않는 법령이 누적되고 이것들이 암암리에 국민과 기업을 옭아매는 불합리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법령 수요자인 국민으로서는 법령이 복잡화됨에 따라 법령을 쉽게 찾고 이해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법률지식 전문가에 대한 의존성도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

법체계의 복잡성과 난해성이 심화될수록 법률 준수의 절차가 복잡해지고 법 집행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국민의 입장에서 주기적으로 법령을 통폐합하고 법령 수를 줄임으로써 복잡성과 난해성을 해소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합리적인 법령의 통폐합 및 분법 기준을 정립하고 법체계의 통일성과 간결함을 향상시켜 국민이 법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도 소관 법률이 부처의 권한이자 권력, 혹은 밥줄이라는 고루한 인식에서 벗어나, 공급자인 공무원 편의주의적 법체계가 아니라, 법령을 직접 적용받고 지켜야 할 수범자인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각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 역대 정부에서 법령 정비 작업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법제처가 그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향후에도 법령 통폐합 등 법령 정비 작업이 정례적으로 지속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법령 통폐합, 법령 정비에 대한 합의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는 못하다. 너무 경직된 기준을 원칙화해서 통폐합 작업에 들어가게 되면 커다란 난항에 부딪혀 대의를 그르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면서도 세심한 법령 정비 기준, 분법 통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제처와 학계에서 그동안 연구 차원으로 제시된 '법령 통폐합 기준(** 통폐합 사례)'을 간략히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법령 통폐합 기준>

 

‣ 유사한 분야를 여러 법령으로 나누어 따로 규정한 경우

* 유사한 분야에 대해 약간씩 다른 내용을 여러 법령에 규정한 경우

* 하나의 법률에 다수의 하위법령에 분리하여 규정한 경우

 

‣ 유사한 내용을 ‘지역별’로 따로 규정한 경우

* 「한국과학기술원법」 + 「광주과학기술원법」 + 「대구경북과학기술원법」

→ 「과학기술원법」

 

‣ 기관 설치 시 마다 법령을 따로 제정하는 경우

* 국군 조직의 경우 1개 기관 설치 시 대통령령으로 계속 제정하고 있는 문제점

 

‣ 내용상 연관성이 높고 같은 부처․부서 소관인데 따로 규정한 경우

* 「지적법」 + 「측량법」+ 「수로업무법」

→ 「지적ㆍ수로조사 및 측량에 관한 법률」

 

‣ 내용상 연관성이 높고 통합 대상 법령의 조문수가 적은데 따로 규정한 경우

* 「국유재산법」 + 「국유재산의 현물출자에 관한 법률」(7개 조문)

→ 「국유재산법」

 

‣ 일반법이 있는데 그에 관한 별도의 기금법을 둔 경우

* 「양곡관리법」 + 「양곡증권정리기금법」

→ 「양곡관리법」

 

‣ 같은 분야인데 세부 내용을 별도 법령으로 정한 경우

* 「항만법」 + 「항만과 그 주변지역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 「항만법」

 

‣ 상호 밀접한 분야를 기관별․내용별로 따로 규정한 경우

* 「청소년활동진흥법」 + 「한국청소년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 +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 + 「한국 4에이치 활동 지원법」

→ 「청소년활동진흥법」

 

‣ 같은 대상자에 대해 내용별로 따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 「공무원연금법」 +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 보상에 관한 법률」

→ 「공무원연금법」

 

법령 통폐합 혹은 분법화에 관한 효율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정부와 국회가 공유하는 한편, 헌법 개정 이후에 법령 일대 정비 작업시 진지하게 이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향후 정부의 입법계획 수립 단계, 의원의 법률안 발의 단계, 법령 입안 실무 과정, 부처협의나 당정협의 과정, 입법예고 단계, 입법심사 과정 등에서 법령 통폐합 기준이 일관되고 확고하게 준수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법령 수의 증가를 통제하고, 기존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잉여법률, 과잉법률의 수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계속)

 

 

 

 

학술논설위원 이경선 (서강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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