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선충담금 활용 수익사업으로 아파트 관리비 제로화 마을 실현 제안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장기수선충담금 기반 마을기업 창업으로 관리비 제로화 마을 도전해보자" 파격 제안!

 

민간 부문 일자리가 현저하게 위축되고 있다. 관료조직과 공공기관 일자리만 비대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감하게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새로운 콘텐츠 발굴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이 아닌 강소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쾌적하고 스마트한 사무환경과 감성적인 산업시설을 구축해 일자리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등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어야 한다.

나아가, 공공부문이나 일반 기업 이외에도, 지역기업, 마을기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붐을 대대적으로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마을경제, 지역경제, 사회적경제 등 어떻게 명명되든지 간에, 제3의 경제영토에서 '소박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려면, 정부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원책이 마을기업 등의 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세금 투입에 방점을 둔 관 주도의 사업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지역경제 마을경제 중심으로 창업과 일자리를 활성화 시키더라도 그 재정적 토대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민간 자본들이 대거 동원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아니면서, 민간에서 회전되지 않고 있는 경직성 자금들, 새로운 덩어리 재원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 일 전 <한국일보>가 보도한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의 인터뷰에서 그야말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와 주목된다.

노규성 회장은 민간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덩어리 재원 가운데 하나로, 전국에 모든 아파트 단지마다 공통적으로 적립되어 있는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하자고 주창했다. 이 덩어리 민간 재원으로 전국에 걸쳐 마을기업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관리법]에 규정되어 있는 제도다. 그런데, 노규성 회장의 의견을 빌어본다면, ‘마을주민 자립형 창업시 장충금 50% 활용 특례’ 등 약간의 제도 보완만 이뤄지면, 전국에 걸쳐 1만5천348곳의 아파트 단지, 10만9천321곳의 동 단위에서 마을기업 창업이 가능해진다. 노규성 회장은 아파트 단지마다 마을기업 2개 내외의 창업을 염두하면서, 2~3년 내에 3만개의 마을기업 창업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낸 아파트 입주자가 조합원이 되는 마을기업이 3만개 창업되고, 종일제든 파트타임이든 일하기를 희망하는 해당 마을 주민 10명만 결합하게 되더라도 3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공동주택 주민이 아닌 외부인을 고용하거나 경영능력이 탁월한 사람에게 위탁할 수도 있다.

장충금을 활용하게 되면, 세금 지원 부담이 느는 것도 아니고, 개인이 소중한 퇴직금을 쓰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서 자영업을 시작하다가 몇 년 못 버티고 폐업해 버리는 자금 부담과 실패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소유자나 세입자들이 낸 돈이지만(세입자는 이사하는 경우 반환), 일단 납부하고 나면 공용 목적의 공금이 되기 때문에 이것을 사용하는 데 부담감이 완화된다.

사실 장기수선충당금이 빈번하게 수시로 지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써야할 지가 애매해서 충당금 적립금이 수억 수십억 원씩 계속 쌓이는 곳이 허다하다. 사용할 일이 없다 보니까, 일부러 입주자대표 회장이나 관리사무소가 지붕도 갈고, 페인트칠도 새로 하면서, 명분을 만들어서 안 해도 될 보수공사를 하는 등, 불필요하게 과잉 지출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장충금을 낸 거주민들도 분주히 먹고사는 일에 바빠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못한다. 돈이 모이니 비리도 싹튼다.

노규성 회장은 마을기업을 잘 운영해서 수익이 발생하면 기존에 지출한 충당금을 다시 채워 넣으면 되고, 그러고도 남는 수익이 있으면 관리비를 인하하는 데 쓰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기에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서민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마을기업이라면 관리비 제로화 마을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확대되면, 관리비뿐만 아니라, 아파트 복지비용으로도 쓰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제2, 제3의 추가 창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덩어리 자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일이다. 불려서 더 크게 만들면 된다. 노력하고 시도하고 도전하고 전진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생산성을 극대화 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게 더 시급하다. 마을기업보험제도 등으로 성실실패(열심히 했지만 경영이 어렵게 된 경우)시에 손실분을 일부 보호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창업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경영이 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부나 지방자치단체, 전문경영인들이 나서서 도와주고, 잘하면 잘 할수록 인센티브도 주는 등, 전국 모든 마을기업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의욕이 발산되도록 프로모션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까페와 같은 마을 커뮤니티형 창업도 좋겠지만, 좀 더 다양하고 참신한 마을기업 형태를 착안해 보는 것도 좋다. 창업 지점이 반드시 아파트 지근거리여야만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장기수선충당금 기반으로 마을기업 '시범마을'을 지정해서 운영해 보고, 그 제도적 보완점과 전국적 확장 가능성을 평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관료조직과 공공기관의 체질 혁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중견기업과 강소기업의 육성, 벤처기업 등 창업과 기업가정신 촉진, 몰락하고 있는 자영업 시장의 활력 제고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그 사이에서 지역경제, 마을경제 영토가 3분의 1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소박하지만 만족스러운’ 마을 일자리 창출 공급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노규성 회장의 마을기업 아이디어는 마을 내 모든 연령대 거주민들에게 고르게 일자리 기회가 될 수 있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강조해온 지방자치분권 강화 방향, 내지는 마을공화국 구축, 마을공동체 정신 회복이라는 시대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지역밀착형 생활 SOC 사업과도 연계시킬 수 있다. 힘겨운 '나홀로 영업(자영업)'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쳐서 사업을 전개해 가는 연대형 조합형 경영으로 볼 수 있다.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민간영역에 잠재되어 있는 덩어리 재원을 씨앗자금으로 해서 주민들이 자립·자구적으로 마을기업, 입주민 협동조합 등을 만들고 삶과 근로가 조화되는 생활 근거리형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 준다면, 당면 과제인 일자리 위기에 매우 유효한 해법이 될 것이다.

사회적 생산성을 제고하고 혁신성장을 도모해야할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찾고 있는 기발한 상상력 하나가 <한국생산성본부>로부터 시작됐다.

 

 

 

 

논설위원 겸 부사장 이경선

[서강대 / 입법학, 법정책학, 법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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