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무원 증원과 대체복무인력 활용은 공공부문 인력 중복 투입 문제 발생

- 대체복무제도가 관료들 '편한 세상' 만들어주는 제도로 변질되서는 곤란.

- '평화, 비폭력' 바란다는 대체복무자에게, 교도소 '감시자' 역할 맡기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

- 1.5배라는 획일 기준 말고, 1.3배 - 1.6배 - 2배 - 3배 등 복무유형과 노동강도 및 복무시간과 합숙여부에 따라 탄력적 복무기간 마련 필요 

 

 

[대체복무에 관한 법률] 제정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반드시 사회적으로 합의를 거쳐야할 논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로, 대체복무자를 지뢰제거사업 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얘기가 논란이 되다가, 최근 소방인력을 비롯 교도행정인력으로 활용하는 의견으로 쏠리고 있다. 대체복무인력을 교도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고려해 볼 수 있는 방향이긴 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4,943명을 징역형을 살게 해놓고선, 어느 순간 갑작스레 징역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 즉 '감시자'로 전환시킨다는 발상은 너무 지나치게 기교적이고 거친 측면이 있다. 

이것은 전향적 조치가 아니라, 대체복무 선택자의 '신념의 본질'을 도외시한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며, 인간의 삶을 다루는 데 있어 필요한 섬세한 정책적 감수성이 매우 결여된 접근이라고 본다.

대체복무제 방식은 ‘관리자, 감독자, 감시자, 경찰 요원’ 등 몸에 '힘'이 들어가는 형태보다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초중기 정착단계 기간 동안에는, 이타적인 봉사와 노동, 남들이 하기 싫어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공공재적 성격의 일(산림관리, 안전, 재난구호, 환경보존, 공공 미화, 복지, 안내와 발급, 공공건설 등)에 투입한다는 철학이 전제되어야 한다. 

평화(집총거부, 생명존중, 비폭력, 전쟁반대 등)를 바라는 마음을 한껏 존중해서 대체복무를 하도록 배려하는 이들에게, 타인을 감시하는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 몹시 부자연스럽다. 평화로움이라는 신념을 택한 이들을 누군가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습생에 젖어들게 해서는 안된다. 공익근무요원이라면 몰라도, 대체복무 선택자에게는 맞지 않다.

 

두 번째로, 현재 정부는 현장 서비스 중심의 공무원 일자리를 계속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대체복무제 도입과 동시에 대체복무 인력이 이런 현장 서비스 인력으로 투입되면, 어떤 식으로든 공무원 수는 줄여나가는 것이 합당하다. 

한쪽에서는 현장 공공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명분으로 공무원을 늘리고, 한 쪽에서는 대체복무 인력을 투입한다면, 이중으로 공공인력을 투입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함과 아울러 공무원 인력 문제도 연동해서 거론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대체복무자의 복무경력과 사회서비스 연계성 규율이 필요하다. 대체복무 유형 확대에 따라 사회서비스 분야 등 종사를 하게 되는 경우, 사회서비스 경험 숙련화가 가능해지므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경력으로 인정하거나 연계해 주는 방안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역병은 이런 자기발전식 경력 연계가 전혀 안 되고 있는데, 대체복무인력이 이런 이점을 가지게 되는 경우, 역차별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현역병이 감수하게 되는 특별한 희생의 내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역병은 고강도 규율을 받는 생활을 한다. 병영 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자유권적 기본권을 매우 크게 제약 당한다. 상황 발생 가능성은 드믈겠지만, ‘전투’ 가능성을 전제로 복무하고 있다. 비단 전투가 아니더라도 군 복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로 생명의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의 빈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같은 기간에 민간 생활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유무형의 기회비용, 자기 계발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까지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복무기간 동안 인적 사회관계도 완전히 차단되고 있으며, 사회 경력도 단절된다.

대체복무자의 복무경력을 사회적 자산화 하는 방안을 고려하되, 현역병 복무자의 경력과 직무전문성을 높여주는 방안도 병행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병역 의무 이행 이후의 문제에 대한 형평 맞추기도 필요하다. 일반 병역자는 제대 이후에도 예비군훈련과 더불어, 민방위훈련을 만40세까지 수행하고 있다. 대체복무자의 경우 이에 대한 특별한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체복무자를 예비군법이나 민방위기본법 등에 따라 규율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비용을 들여가며 구분하여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겠으나, 가급적 대체복무 기간에 이런 점을 아예 한 번에 반영해서 복무기간을 가산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다섯 번째로, 대체복무 방식을 다양화해 나가돼, 그 유형에 따라 노동 강도도 크게 차이가 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느슨해지는 정도도 다양하다. 무조건 9시부터 6시까지가 아니라, 복무시간도 복무형태에 따라 효율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보면, 현역병의 1.5배, 2배 이렇게 단순하게 복무기간을 산정하는 것은 매우 기교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일 수 있다. 국제기준(1.5배)이라는 것도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국방 안보는 물론이고 사회 서비스 수준이나 재정 여력, 행정서비스 전달체계, 국민 윤리의식 수준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형평에 맞출 수는 없겠지만, 복무 타입이 다양화된다면, 그 유형별로 복무기간도 1.5배, 1.6배, 1.8배, 2배, 2.3배, 3배, 4배 등으로 선택적으로 그리고 탄력적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최대한 복무를 빨리 마치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떤 신청자에게는 하루에 3~4시간씩 4~5년간 복무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간에 쫒겨서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려는 종종걸음은 지양해야 한다.

 

국정감사 이후 국방부 등 정부 차원에서 대체복무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해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논쟁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층 더 완결성을 갖춘 안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학술논설위원 겸 부사장 이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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