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 5년간(2014~2018년)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SPC)에 4조1,758억원의 선박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미래당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대글로비스, SK해운, 현대상선, 대한해운 등 대기업(실제소유기업)이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을 이유로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한 금액이 약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글로비스는 마샬군도에서 6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약 1,20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대한해운은 파나마에 18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약 4,5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또한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마샬군도와 파나마에 11개사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약 3,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파산선고된 한진해운도 과거 파나마에 28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산업은행에서 8,600억원의 선박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 현대앨엔지해운은 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1% 전후인 0.77% ~ 1.78%로 초저금리 대출을 받았는데, 아무리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고 해도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관세청은 2011년부터 OECD 지정 조세피난처와는 별도로 조세회피 및 자본의 불법유출을 유도할 위험이 높은 62개국을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5년간 산업은행이 대출해준 선박투자회사의 국적을 보면, 실소유자가 외국기업인 2개 선박투자회사 국적이 노르웨이인 것을 제외하면 모두 조세회피처 위험 국가에 설립되었다.

산업은행은 이러한 대출방식은 전형적인 ‘선박금융’의 한 형태라고 하지만, 다수 해운사나 항공사들이 국가 간 각종 규제를 회피하고 인건비 절약을 위해 이러한 선박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2013년 불법 조세회피의 5대 우범거래유형 중 하나로 선박·해운업계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선박등록을 통한 운항수입 해외은닉을 지적한 바 있고, 실제로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산업은행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하는 것은 단순히 국제적 금융관행이라고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이태규 의원의 지적이다.

이태규 의원은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선박회사나 항공사로부터 받은 선박·항공기 사용료 등을 은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가 된다” 면서 “또한, 국내에서 선박·비행기를 구입하는 경우 취등록세를 내야하지만, 조세회피처에서 구매하면 취등록세를 거의 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인데, 산업은행이 이러한 행태를 지원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고 밝혔다.

덧붙여 이 의원은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국세청, 관세청의 전수조사를 통해 조세포탈 혐의 및 해외재산 은닉 부분에 대하여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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