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권한 강화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성 스스로 확보해야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어 시행된다. 지방의회 인사권이 지방의회 의장으로 넘어가고, 정책보좌관제 도입근거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방분권 강화에 따른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 강화도 필요하지만 지방의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책임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

지방의회에 대한 지역주민과 공직사회의 시각은 신뢰보다 불신감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동안 계속되어온 지방의회의 각종 비리와 일탈행위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지방의원들의 보다 강화된 도덕성은 물론 제도적 보완장치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 몇 가지 사례를 보자

< 사례 1 >  9년째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해 물의를 야기한 전북도의원 A씨가 또 다른 대형 유치원 대표도 겸직한 것이 드러나자 지방자치법상 겸직 금지 위반으로 대표직 사임과 함께 어린이집 폐원 의사를 밝힘.  

< 사례 2 >경기도 동두천시의회는 더불어 민주당 소속 최금숙 부의장의 남편이 법인 대표로 있는 관내 장애인 어린이집에 통학버스 교체 명목으로 추경예산 7,200만원 반영해 통과 시킴. 이 어린이집 원장 출신인 최 부의장은 시의회 예결위 간사로 자기 남편이 법인 대표로 있는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예산을 스스로 심의해 결정한 것이다.

< 사례 3 >대전 유성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윤정희 의원은 구의원이면서 어린이집 원장과 대표를 겸직하며 월급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 사례 4 >자유한국당 소속 권재욱 구미시의원이 1996년 세운 ㅅ유치원은 2016년과 2017년 경북도교육청 구미교육지원청 감사에서 유치원 예산을 사적으로 부당하게 지출했다가 3724만원을 회수당하는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 사례 5 > 충북시군의회 의장단 협의회가 지난달 29일 청주시의회에 모여 의정비를 '5급 20호봉'(월 423만원)수준으로 인상할 것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충북도내 의회 11곳의 의정비가 월평균 287만원에서 423만원으로 인상되면 월평균 136만원이 인상되는 것으로 인상률이 47.4%나 된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2.6%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  

< 사례 6 >경북 상주시의회가 전국에서 최초로 부의장과 운영위원장에 대해 불신임안건을 발의해 가결시켰다. 불신임 사유는 부의장의 경우 분란의 중심에서 합리적 직무수행이 결여되고 의원 간 상호 협력을 저해하는 등 신임할 수 없는 처사를 보였기 때문이며 운영위원장의 경우 지방자치법 제35조 제5항 '겸직 등 금지' 규정에 따라 스스로 그 겸직을 사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에 따라 의장의 사임 권고가 있었음에도 이에 불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방의회의 일탈 등으로 인한 국민 불신 여론을 의식해서인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연수원은 '지방의회 맞춤형 청렴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지방의회의 종합청렴도는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매우 낮은 6점대 초반(10점 만점)에 머물러 있으며 세부적으로 알선 및 청탁, 연고관계에 따른 업무처리 등에 따른 국민 인식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새로운 지방의회 출범에 맞춰 청렴하고 신뢰받는 지방의회 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지방의회 청렴도(자료-국민권익위원회 제공)

지방의회 인사권 부여 등 지방분권 강화 내용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지방의회의원에게 지급하는 '월정수당' 인상 이슈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월정수당 결정방식을 자율화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10월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곧 공포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인가?

물론 월정수당 자율화에 따른 과도한 월정수당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와 심의과정에서 주민공청회와 여론조사 실시 규정이 있기는 하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별 재정력  지수와 지방의원 1인당 인구 수, 지방자치단체 유형을 반영한 월정수당 지급기준액 산식을 따르다 보니 각 지방의회별 월정수당 평균금액이 큰 차이(광역의회의 경우 서울과 세종, 기초의회의 경우 강남과 울릉의 경우 약 2배 차이를 보임)를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 해소의 필요성에는 다소 공감이 간다.

지방의회의원 연도별 월정수당 평균금액 (자료: 행정안전부)

정부가 월정수당 결정방식을 자율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곧바로 마치 기다린 것처럼 충북시군의회 의장단 협의회가 의정비를 월평균 136만원(인상률 47.4%) 인상하려는 것은 누가보아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국민 일탈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10월 31일 성명을 내고 "도내 지방의회는 과도한 의정비 인상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였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유치원 원장이 지방의원에 당선되면 원장 명의를 아내나 자녀에게 넘겨버리면 그만"이라며 "지방자치법상 의원의 겸직 금지 규정 적용 범위를 당선자 가족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방의원' 스스로의 자정과 자구적 노력일 것이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그동안 지방의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권한들을 이번에 정부가 관련법규 개정을 통해 상당 부분 수용한 이상 이제는 지방의회 스스로 그 권한에 합당한 공정성과 투명성으로 국민에게 '답'할 차례가 온 것이다. 

서울, 인천, 경기도의회 등 많은 지방의회 지도자들이 지난 10월 30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대통령의 지방의회 권한 강화 내용의 '지방분권 추진'을 공식적으로 환영한다고 발표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자치'와 '분권'은 지방자치를 위해 열심히 복무하는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물론 많은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지방의회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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