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사회는 그 어느 해 보다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 곳곳에 걸쳐 노정되고 있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폐습들을 청산하는 과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느냐 흐지부지 되느냐 판가름 나는 해이기도 하고, 사법부 재판부패 개혁, 행정부 관료주의 개혁, 입법부 의원제도 개혁 등 공공역할자들의 존재이유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남북 관계가 평화와 동행의 시대를 여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기도 합니다.

빅데이터부터 블록체인까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약속을 담은 대한민국 헌법을 총선과 함께 반드시 개정해야 하는 임계점이기도 하며, 6천억 달러 수출과 국민평균소득 3만달러 달성에 걸맞게 서민의 삶의 질을 확실하게 향상시키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더군다나,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파란만장했던 대한민국 100년사를 기억하고 총체적으로 되짚어 봐야 하는 해인 것입니다.

이처럼 커다란 변화의 파도 속에서, 한국사회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철학이 있는 사회를 위해 대대적인 사회적 숙의 과정과 대타협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서,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할 중대한 의제가 하나 더 있다고 피력하는 연구자가 있습니다. 한국사회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문제, 행복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문제 해결 논의의 시작점을 사회적 소수자, 특히 이주자들의 삶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최윤철 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최윤철 교수는 한국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화할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모든 법제도와 정책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하며, 그 가운데서도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정 등 이주자, 외국인 소수자에 대한 포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윤철 교수는 이주자, 외국인 소수자를 한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따뜻하게 품고 전진하는 포용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창합니다. 거기에서 한국사회의 '진짜 진화', '진짜 성숙'이 있다고 역설합니다. 최윤철 교수(55)의 메세지를 경청해 보았습니다.

■ 교수님, 최근 근황은 좀 어떠신가요?

학교 부설 특수연구소인 이주사회통합연구소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오던 사회과학기초사업이 계속사업으로 선정되지 못해서 연구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오래 동안 고생해 온 연구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그동안 축적된 연구성과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자산으로 삼아서 새해에 연구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해 보고자 합니다.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난민, 미등록 어린이 등 외국인, 외국계 국민들과 관련된 현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연구는 주로 관련 정보를 모으고,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법제도 방향을 설정하는 학술적 차원의 연구가 중심이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연구성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좀 더 실천적인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 소수자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향상되도록, 문제가 있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조금 더 합리적인 정책이 수립되도록 하는 결실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최근 유엔 국제이주협약에 한국도 서명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정치적 약속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점차적으로 규범력, 구속력을 갖게 될 것으로 봅니다. 국제이주협약이 우리 한국사회의 이주자 관련 법률과 정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이주사회통합연구소가 이러한 국제규범 등 내외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구상 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미술관을 많이 찾고, 특히 명화를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번뜩이는 나뭇잎을 표현하려고 고심한 화가의 그림, 바람이 쌘 날 바닷가 모래가 날리는 바다 풍경을 잡아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화가의 시선 등. 그림 안에 담긴 화가의 남다른 시각과 상상력에서 뜻밖에도 엄청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 건국대가 최근에 학내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괄목할만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압니다. 교수님께서 학교 인권센터장 역할도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건국대학교가 이번에 전담교수, 상담전문교수, 실무인력을 대폭 보강해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민원상담기구를 인권센터로 크게 확대 재편했습니다. 학교 안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각종 인권침해 등 부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숨기고, 은폐하고,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는 거시 대부분이지요. 건국대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는다는 대원칙을 정립했습니다. 교원, 직원, 학생 등 학내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케어 하겠다는 방침이고요. 학내에서 관행적으로 있을 수 있는 갑질이나, 봉사 강요 근절부터 양성평등 문제까지 학내 인권 확립에 총장님을 비롯해 모두가 나서서 근본을 세우겠다는 결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각 대학 인권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학내인권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을 주관하기도 했습니다. 학교가 작은 사회, 작은 공동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좋은 선례와 환경을 만들어 가면, 학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좋은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내 인권 문제도 사실은 저의 주요 연구 화두와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해서, 작은 소임이지만, 정성을 다해 보고자 합니다.

■ 법학 연구 영역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주사회통합 영역, 다문화, 외국인 소수자 관련 법제 영역을 독보적으로 개척하고 계신데요. 특별히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신 계기나 동인이 있으신가요?

우리사회가 크게 개방적 분위기가 형성되던 시기가 있었죠. 중국과 수교하고, 한국의 도시화가 본격화되고요. 그런 시기에 독일로 유학을 갔습니다. 독일에 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죠. 독일사회에서 외국인으로서 소수자로서 살아본 것도 동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그렇게 소수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귀국했는데, 돌아와 보니까,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소수자 문제, 이주 외국인 문제가 독일에서 겪은 경험들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피소드이지만, 지하철을 타면서, 마치 7,80년대식 검문 같은 걸 몇 차례 당해봤습니다. 외모 때문에 혹시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아닐까하고 제가 불심검문을 받아본 것이죠.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이 땅에서 외국인 소수자들이 겪는 설움, 두려움, 차별감, 위축감 이런 것들이 어떤 것일지 느껴지는 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지금 크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 한국사람들 대부분은 외국인 소수자 문제를 아직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소수자이긴 하지만, 사실은 결코 그 수가 적지 않죠. 이제는 이 소수자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소수자들과 어떻게 함께 해야 할지 우리 사회가 정말 제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채 헌법적 관점에서 소수자들의 권리는 무엇일지, 입법법제적 차원에서 어떤 조치들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관심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보면, 지금까지도 한국은 외국인을 국가가 관리한다는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입국을 관리하고, 체류를 관리하고, 취업을 관리하고, 사랑과 가정과 양육의 문제까지 전부 관리한다는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관리는 필요하지만 그게 감독, 규제, 통제라고 하는 기조가 깔린 관리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입국하는 순간부터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외국인을 통제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이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동등한 구성원으로 제대로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외국인 소수자 문제는 미시적으로는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멀리 보면,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시로 뜨고 지는 그런 단편적인 이슈나, 폭발력있는 대형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포용, 깊이, 지속성, 행복과 연결되는 매우 중대한 의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에서의 이주사회통합법제 연구 동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고용허가제 안에서 사업장 안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대부분 개별적 사건으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구조적이고 인식적인 문제이며 제도적이고 헌법적 인권적 문제라는 종합적인 논의가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관련 법규는 마련되어 있는데 현장에서 잘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된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들이 있어왔고, 또 현장에서는 법규 자체도 매우 미흡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이나 근로 환경, 삶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농촌 총각 짝 지어주기 켐페인 같은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이민자, 외국인신부라고 불리어지는 분들이 이주해 오게 되었습니다. 짝 지어주기 사업은 국가가 주도하고 나선 것은 아닙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금 주도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나 ‘사업’으로 생각하고 추진이 되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출산 문제도 있고, 농촌 고령화 문제도 있고, 농촌 독신남성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이걸 고려해서 “외국인이 필요하다” “외국인 여성을 들여와야 한다” 이러면서 결혼을 중개하는 사업을 꽤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죠. 외국인은 일종의 필요재, 수단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은 불온한 측면이 있습니다. 농촌 등 경쟁력 갖춰지고 살만해지면 반대로 “외국인 여성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할 여지도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근본적으로 결국 사람을 수단, 소모품, 성적 도구, 출산 도구로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고, 부당하다는 것이죠.

외국인 소주자, 이주 외국인들의 삶과 인권에 대해서 개선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또 산업화 이후부터 사회학자들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결혼을 통해 이주해온 외국인 신부들이 농어촌으로 들어오면서 농어촌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연구하고 비교분석하고 그런 연구 노력들이 있었죠.

또 학자들이 주목을 했던 부분은 일본에서 있었던 상황, 대만이 겪었던 상황,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 한국이 겪었던 상황들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실재로 일본이 70년대에 결혼 이주가 많았고, 80년 대만이 그랬고, 90년대 한국이 그랬습니다. 경제가 호황이 되면서 외국인들이 이들 국가로 이주의 유혹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회구조가 도시화되고 농어촌이 공동화되는 과정을 일본, 대만, 한국이 순차적으로 겪으면서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보다는 중국 운남 등으로 상당히 결혼 등을 통해서 유입되고 있는 것이죠. 중국도 여성이 부족하고, 한 자녀 정책이나 남아 선호 의식이 결합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인문학 연구자분들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고, 이주자들과 사회통합의 문제를 어떻게 설명해 나갈까 고민하다가 차용한 개념이 ‘다문화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문화주의 논의의 시작은 구체적으로는 1970년대 캐나다 찰스 테일러’ 라든가, ‘킴리카’ 라든가 하는 연구자들이 주로 논쟁했던 개념입니다. 캐나다에서 영어가 아니라 불어를 쓰고 있는 퀘백 주에서 처음에는 캐나다 연방에서 독리블 주장하는 정치운동이 활발했었는데, 독립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다문화주의라는 이론적 논증을 통해서 캐나다의 동질성과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철학적 기초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죠. ‘샐러드’, ‘모자이크’ 등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됐지만, 캐나다라고 하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 가지고 있는 문화적 특성이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전혀 방해받지 않고 어우러지는 국가를 지향하자는 합의를 도모해 나갔던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캐나다가 현재로서는 국제적으로 가장 개방과 포용성을 가진 나라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어쨌든, 활동가나 사회학자, 인문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이주자, 외국인 소수자, 외국인 근로자 문제가 연구되고 다뤄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 연구에 대해, 법학 쪽에서는 연구가 매우 미흡했다고고 볼 수 있습니다. 민법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새로운 결혼 양상에 따라서 가족법적 측면에서 다문화 가정의 구성, 해체, 가족 갈등, 가족 지원 문제를 논하는 정도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헌법학적 차원에서는 현행 헌법 구조와 연결해서. 헌법상의 문화국가원리를 동원해서 이주자 문제를 해결하고 설명하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법에 있는 전통문화 민족문화 계승발전 규정도 문제가 있지만, 문화국가원리를 통해서 다문화사회, 이주자 문제를 해결하는 해석을 도출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고, 억지로 헌법 이론에 맞추어 끼워 넣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개헌 논의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서, 헌법상의 기본권을 보장받는 주체가 ‘국민’이 아니라, 국적 등을 불문하고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확대되어 왔습니다. 서서히 이러한 연구들이 시도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여전히 입법법제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제도가 현실과 매우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이주자와 관련된 법제나 연구 성과를 모으고, 각 분야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나 활동가나 관계자들이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언어를 써 왔는데, 서로 교류하고 의견을 모아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제대로 이주자에 대한 입법과 법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 이주사회통합과 관련하여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생각해볼만한 논점, 이슈는 무엇이 있을까요?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주자에 대한 개방성이나 포용성 이런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인식 수준은 외국인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다. 외국인들을 내보내면 된다’, “모든 문제는 외국인 때문이다”라는 외국인 혐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댓글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매우 열악하고 위험한 인식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이런 인식 수준을 좀 고민해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속된 말로 불법체류자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는데, 정확하게는 출입국관련법상 체류자격위반 외국인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분들에 대해서 정부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서 계속해서 단속하고 찾아내서 강제 추방하고 있습니다. 단속 과정에서 죽기도 하고, 다치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 불법체류자라는 어느 분이 한국 할머니 한 분을 구했다고 해서 법무부에서 영주권을 주었다는 소식이 보도가 되기도 했는데요. 기본적으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구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하면 받아들이고, 도움이 안 되면 버리고 추방하고 쫒아내는 그런 수단적 존재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시각을 좀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도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허가제하고 고용허가제는 많이 다른 개념입니다. 노동허가제는 일정자격 갖추면 비교적 자유롭게 입출국하면서 국내에서 노동할 수 있고, 직업선택의 자유, 직장이전의 자유 등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노동허가제는 주로 재외동포들에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허가제는 기업 사용자가 고용부에 나는 이런 사람이 몇 명 필요하다 이렇게 신청을 하면, 우선 내국인 구직활동을 중심으로 인력 충원을 알아보고, 그게 안 되면 외국인 쿼터를 정해서 해외 현지 국가 노동기관에 한국에서 일할 사람 몇 명 모집하고 소개를 받고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처음 요청했던 사업자의 공장이나 일터에서 일을 하게 되는 거죠. 최장 4년 10개월 정도 일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사업자나 사업장, 일의 형태나 근로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만 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죠. 임금을 더 많이 주는 곳이 있어도 옮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변경사유가 있는 경우 3회에 걸쳐서 직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만, 그 이상은 못 바꾸도록 되어 있고, 세 번째로 옮긴 곳에서 참고 일하던지 출국하던지 해야 하고, 나오는 순간 잠시 휴직사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직장변경3회제한 규정에 대해서 합헌이라고 하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일할 권리는 자유권이지만 그러면서도 이 제도는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합헌 해석을 내린 것이죠. 정책적 목적이 인간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압도한다고 본 매우 모순적이고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이주사회통합이라는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제이주협약, 출생등록제 문제, 국적법, 난민법, 재외동포 문제 등 다양한 의제들이 이어지는 것이죠.

■ 이주사회통합 연구를 통해서 다양한 논점, 문제의식들을 발굴하고 정리해 오셨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당장 개선되어야할 제도개선 과제를 꼽아본다면 무엇일까요?

고용허가제, 난민인정체계, 이주아동 보호 등 이런 이주자 문제 전반에 대한 정책적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제마다 정책적 특징은 다르겠지만, 이주자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전체적으로 제대로 들여다보고 통합적으로 정책을 펴나가는 그런 조치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의제로 예시해 본다면, 이주아동 보호 문제가 여러 사안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가 태어났고 살고 있는데 기록에는 전혀 존재하지가 않는 상황이 지금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아이들이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사회적으로 아무런 혜택도 지원도 받을 수 없고, 꿈을 펼쳐나가 볼 수도 없는 너무나 취약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죠. 건강보험 등 기타 아무런 이용도 지원도 없는 그런 상태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이 적지 아니 있습니다. 대략 2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제19대 국회에서 이자스민 의원 등이 이슈를 제기했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국회에 몇몇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외국인 아동 부모가 불법체류자인 경우 출생신고를 하고 싶어도, 하는 순간 불법체류 통지가 되기 때문에 추방될까봐 어떻게 달리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이주아동 문제 특별히 시급하게 우리 사회가 나서서 해결하고 도와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난민들에 대한 문제도 오늘 거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난민에 관해서는 난민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고, 난민법에 따라서 해석을 좀 유연하게 해주면 되는 데, 정치적 박해 부분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하고 있고, 난민을 적게 받으려는 그런 소극성, 폐쇄성, 차별의식 그런 것 때문에 난민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신속히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직장선택의 자유를 사실상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년 10개월 일하고 나면 퇴직금을 바로 정산해 줘야하는데, 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바로 주지 않고, 외국인근로자는 ‘출국만기보험’이라는 걸로 규제를 하고, 출국을 퇴직금 정산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출국만기보험제도도 합헌이라고 결정을 했습니다. 불법체류자를 방지하고 퇴직금을 아예 못받게 하는 것도 아니니까 본질적인 침해는 아니다 뭐 이런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건 공감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퇴직했으면 퇴직금을 바로 지급해 줘야지요. 퇴직금과 출국을 왜 결부시킵니까.

■ 이주사회통합과 관련하여 현 정부 정책에 대해 진단, 비평하신다면?

정부 부처별로 각자 자기 소관 사무, 정책을 관장하고 싶어하니까 외국인, 이주자 문제에 대한 일원적인 접근이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외국인 주민 정보는 행안부가 소관하고, 외국인노동자는 노동부가 소관하고, 다문화가정 문제는 여가부가 잡고 있고, 출입국은 법무부가 소관하고 이런 식으로 전부 쪼개져있고 나눠져 있는 것입니다. 물론 국무총리 산하에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대 위원회가 얼마나 기능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이제는 법제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다 모으고, 외국인 체류와 관련해서 공통적인 부분들은 하나로 통합해서 정책과 행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국민이기도 하고, 국민은 아닌 외국인들도 이제 150만 ,200만, 300만에 이르고 있으니까 외국인 유형별로, 각 부처별로 개별 관리되고 있는 사무들을 가져와서 이민청같은 중앙행정기관, 컨트롤타워 하나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외국인 이슈들에 관심이 적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난민 문제가 최근 한 번 이슈화 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깊이 있게 다뤄지는 정책적 의제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죠. 외국인 수용 통합에 관한 슬로건은 있는데, 구체적인 정책은 어떻게 뭐가 있다 할 것이 전혀 없는 것으로 진단이 됩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외국인정책 3차 기본계획이 수립되긴 했습니다. 기본계획이 법에 의해 주기적으로 수립되도록 되어 있으니까, 1,2차에 이어 3차 기본계획이 나왔는데, 문제는 외국인 3차 기본계획의 시작부 표제가 ‘국민공감,,,,’, 그리고 정책목표 제1번이 ‘국민이 공감하는,,,’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3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제목에 ‘국민이 공감하는’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그것 자체가 외국인을 분리된 존재, 국민과 다른 존재, 이질적인 존재를 상정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국민은 누구냐, 국민이 원치 않으면, 국민이 공감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질문이 당장 제기되는 거지요. 그전까지는 그래도 외국인을 한국사회에 어떻게 통합해 갈 것인가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현재 정부의 입장은 ‘관리’라고 하는 측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은 관리의 대상이고 필요할 때 쓰는 수단이라고 생각, 이런 무섭고 불합리한 비인간적인 생각이 아직도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가야하는지 이런 것이 정해져야지요. 필연적으로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들어와서 같은 사람으로 서로 존재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사람은 필요하지만 수단이나 도구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의식의 갭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한명이라도 더 잡아내서 내보내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 이주자를 어떤 가치 속에서 같이 공존할 수 있을지 기본적으로 논의하면서, 부수적인 정책적 조치들이 그에 맞춰서 시행되어야 정상인 것이지요. 사람을 혐오의 대상으로 몰아붙이고 수단, 도구로 이해하게 하는 낡은 인식, 반인류적인 인식을 현 정부가 개선하는 데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남북 관계가 평화 시대로 진입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개선 이런 화두 밑바탕에서는 한민족, 민족주의, 우리는 하나다라는 인식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민족주의가 이주자들에게 뜻밖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보시는가요?

남북 평화와 통일은 한반도의 지상과제라는 데에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통일한국, 통일국가 구성원을 하나로 묶기 위해 민족을 강조하는 혈통주의적 접근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민족주의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발산되지 않으면, 자칫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배타, 소외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힘을 합치는 마당에 이제 외국인 노동자, 이주 여성은 필요없다 라는 배척의 생각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죠. 이주자가 지금 300만에서 400만으로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해서도 안 되는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이 이주자들을 포용하고 같이 가는 한국적 사회철학을 제대로 정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통일로 가면서 백두한라혈통이라는 순혈주의, 폐쇄적 쇄국적 민족주의가 팽배해지면, 당장에 먹고사는 문제가 발생하고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북한 지역 자체에서의 주민 이동이 있게 되고, 주민이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그 사람들을 북한지역 대도시가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이제 서울 등 남한으로 내려오게 될 텐데, 서독에서 발생했던 동독 거주민과의 충돌문제처럼, 북한 출신 주민과 한국 국민 사이에 충돌과 갈등 양상이 계속해서 제기될 것입니다. 그 와중에 평화와 통일이라고 하는 거대 방향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까, 남과 북 주민 사이의 갈등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제의 어려움과 노동의 문제가 ‘이주자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외국인을 내보내야 한다고 하게 되고, 이주자를 남과 북, 너와 내가 합의할 수 있는 제3의 희생자로 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통합의 대상에는 북한출신 주민과 이주자는 물론 남한출신 주민 모두를 포함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통일한국사회는 남한주민, 북한주민, 이주민 등이 새로운 구성원들의 경험을 주고받으며 누가 우월한 존재다 라고 내세우지 않고, 배려하고 서로 통합되어 가는 방향으로 긍정적으로 재편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도 남한출신 주민과 북한출신 주민 그리고 외국인 이주자들이 각자가 형성해온 고유성과 정체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의 객관적 가치질서 아래에서 서로 승인하고 어우러지는 다문화주의, 평등한 세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당장에는 시급히 이주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입법적 법제적 체계 구축이 중요하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로의 진입 과정에서 이주자를 결코 배척하지 않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이주사회통합 연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향후 연구 활동 계획은 어떠신가요?

혈통적 순수성이 기반해 단일민족주의와 단일국가적 가치에 몰입했던 한국사회가 지금 많은 외국인의 유입으로 상당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외국인과의 공존과 공생을 위한 노력으로서, 동화주의, 통합주의를 비롯하여 다문화주의 등 다양한 학술적 사회적 논쟁들이 이뤄지고 있고, 실제로 법체계 속에 명문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법률 제정 및 개정 과정에서 여전히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각자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문화주의,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이슈화 하고, 한국사회가 이주현상을 새로이 이해하도록 돕고, 우리나라의 이주법제 개선을 위해서 실천하고 행동하는 연구자의 책무에 최선을 다해 가겠습니다.

<최윤철 교수 소개>

최윤철 교수는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대학원 법학석사를 거쳐, 독일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헌법과 입법학을 주 연구 분야로 하고 있다.

법무부 이민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입법정책학회 초대회장,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국제입법학회 집행자문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국회 법제실 법제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의회관계론 등)로 재직 중이며, 건국대학교 인권센터 센터장과 이주사회통합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다문화사회와 이주법제’, ‘이민법(공저)’ 등이 있으며, ‘다문화사회로의변화에 따른 입법적 대응’, ‘이주법제 정립을 위한 입법이론적 고찰’, ‘세계화 시대에서의 이주법제의 방향에 관한 연구’, ‘통일 국민과 이주자의 사회통합’ 등 이주사회통합법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주도하고 있다.

 

인터뷰어 : 논설위원 겸 부사장 이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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